아이의 등 뒤에 드리워진 부모의 그림자
유아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다 보면 유독 하원 시간이 늦거나 학원 스케줄이 빈틈없이 짜인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부모님들은 맞벌이라서 어쩔 수 없다거나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원해서라고 상황을 설명하십니다. 하지만 부모님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촘촘한 스케줄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의 빡빡한 일과표는 종종 부모 두 사람 사이의 정서적 단절을 가려주는 훌륭한 방패막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부모의 거리가 멀고 서로를 향한 온기가 식어갈수록 역설적이게도 아이의 일상은 숨 막히는 교육 일정으로 꽉 채워지는 슬픈 현상입니다.
부모 사이에 친밀감이 사라지고 더 이상 나눌 대화가 없을 때 아이의 교육과 진도는 두 사람이 어색함 없이 나눌 수 있는 유일하고 안전한 화제가 됩니다. 오늘 아이가 영어 학원에서 어떤 레벨을 받았는지 사고력 수학 숙제는 다 했는지를 묻고 답하며 위태로운 가족의 형태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서로에게서 채우지 못한 정서적 결핍과 지독한 외로움을 오직 아이의 성취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무의식적인 욕망이 발동하기도 합니다. 서로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그 간절한 마음이 갈 곳을 잃고 아이의 학원 스케줄을 관리하는 맹목적인 열정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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