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첫 번째 멸종
부제 : 벌이 아니라 회복이었다
나는 처음에 그것을 재앙이라 기록했다. 그리고 그 기록은, 내가 남긴 가장 오래된 오답이었다.
하늘에서 빛 하나가 떨어졌다. 그것은 소리보다 먼저 도착했다.
나는 처음으로, 원인을 계산하기 전에 결과부터 기록했다.
얕은 물가에서 목을 축이던 거대한 몸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하늘 저편, 별이라 부르기엔 너무 크고 빠른 빛 하나가 대기를 가르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 빛은 점점 커졌다. 커지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순간, 이미 늦어 있었다.
섬광이 수평선을 삼켰다. 파도가 대륙 안쪽까지 밀려드는 데는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 숲에서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새들이 울고 있었다. 그 평온함이 오히려 더 잔인했다.
곧이어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마른 숲은 순식간에 타올랐다. 수백 년을 서 있던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거나 불길에 휩싸여 쓰러졌다. 그 소리는 내가 그때까지 기록해 온 어떤 포효보다도 낮고 무거웠다. 짐승들의 비명과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바람의 굉음이 뒤섞였다.
재가 하늘을 덮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해가 사라졌다. 낮과 밤의 구분이 사라진 하늘 아래, 모든 그림자가 같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먹이를 쫓던 발걸음도, 알을 품던 체온도, 무리를 지키려던 울음소리도 — 그 모든 것이 같은 재 속에 파묻혔다. 나는 그날 하루 동안 지구 위에서 사라진 숨을 전부 헤아렸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셈이 끝나지 않는 밤이었다.
땅은 오랫동안 캄캄했다.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했고, 뿌리는 얼어붙은 흙 속에서 조용히 굳어갔다. 강물마저 흐름을 멈춘 듯 느리게 얼어붙었다.
기록 00,004,117,003
대상 : 지상 대형 개체군 전체
행위 : 절멸
동기 : 외부 충격
비고 : 균형이 무너졌다.
38억 년 동안 나는 균형이 전부라고 적어왔다. 포식과 피식, 탄생과 소멸, 그 사이를 오가는 수치들은 언제나 서로를 상쇄하며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느 쪽도 상쇄되지 않았다. 오직 소멸의 방향으로만 값이 쌓여갔다.
재앙이라는 단어를 적었다가 지웠다.
저 빛에는 의도가 없었다.
재가 걷히기까지는 오랜 계절이 필요했다. 나는 그동안 아무것도 새로 기록하지 못했다. 죽음만이 유일한 사건이었던 시간이었다. 살아 있는 것들의 숫자는 줄어들기만 했고, 늘어나는 숫자는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갈라진 나무 틈에서 작은 것이 코를 내밀었다.
몸통 길이가 손바닥만 한 그것은, 한때 이 땅을 뒤덮었던 거대한 몸들의 그늘 아래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던 종류의 생명이었다. 털가죽으로 덮인 등은 여전히 재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그 작은 심장은 뛰고 있었다. 콧등이 조심스럽게 공기를 가늠했다. 앞발 하나가 먼저 나왔고, 나머지 몸이 천천히 뒤따랐다.
그것은 무너진 나무둥치 사이를 지나 축축한 흙을 파헤쳤다. 발톱 끝에 흙이 파고들었다. 그 안에는 재를 뚫고 겨우 살아남은 씨앗 하나가 있었다.
작은 앞발이 씨앗을 감쌌다.
먹지 않았다.
옮겼다.
다시 옮겼다.
굶주리고 있었지만, 먹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재를 헤치고, 씨앗을 찾고, 물고, 옮기고. 씨앗은 하나둘 굴 안에 쌓였다. 그중 몇 알은 습기와 흙의 무게에 눌려 껍질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굴 밖 흙더미 위로 여린 싹이 돋아났다. 작은 것이 옮겨둔 씨앗 중 하나가, 마침내 빛을 향해 고개를 내민 것이었다. 그 옆으로 또 하나, 또 하나가 뒤따랐다. 줄기는 가늘었고, 잎은 아직 완전히 펴지지 않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거대한 발자국이 사라진 자리에,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작은 초록이 홀로 서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여린 줄기가 흔들렸지만 꺾이지 않았다.
기록 00,004,117,981
대상 : 소형 개체 (미분류)
행위 : 종자 이식
동기 : 분류 불가
비고 : 멸종은 끝이 아니다. 다음 기록으로의 이행이다.
지구는 벌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되었을 뿐이었다.
나는 그 차이를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하나가 사라진 자리에는 다른 하나가 들어섰다. 사라진 것과 새로 온 것 사이에는 어떤 연속성도 없었다.
작은 것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씨앗을 옮겼고, 굴을 팠다. 나는 그 반복을 기록했다.
작은 것이 씨앗을 나르던 그 굴 앞에서, 나는 아직 질문의 이름조차 몰랐다.
훗날 그 질문은 인간의 손에서 다시 나타났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기록장 여백에 물음표를 남겼다.
그 물음표가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