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워

by운수좋은차장

일요일 밤, 시내 술집들도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두 바퀴째 시내를 돌던 중, 캔 하나를 든 손님이 탔다. 처음 돌 때 일행과 서 있던 사람이었다.


목적지를 물으니 동 이름만 말했다. 신호 대기 중 근처 아파트를 제안하자, 거기로 가면 목적지를 말해주겠다고 했다.


가는 내내 백미러를 자주 봤다. 도착했을 때 손님은 깨지 않았다. 큰 소리로 깨웠다.


눈을 뜬 손님은 여기가 어디냐, 몇 시냐고 묻더니, 상황을 파악하자 이번엔 나에게 되물었다. 택시냐 대리냐고, 왜 여기로 왔냐고. 처음에 여기로 오자고 하셨다고 답했다. 수긍했다. 다른 동으로 가자고 했다.


다시 출발했다. 캔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시트에 두지 말고 잡거나 밑에 놓으시라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세워달라고 했다. 그 급함이 이상했다.


차를 세우고서야 알았다. 가죽시트에 음료가 영역표시처럼 번져 있었다. 창문을 열고, 뒷문을 열어 보여주며 말했다. 음료를 흘리셨다고.


손님은 음료를 가지고 탄 적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내가 일부러 흘린 거 아니냐고 했다. 블랙박스에 다 찍혔다고 했다.


그럼 본인이 물티슈로 닦으면 되지 않냐고 했다. 물티슈를 가지러 간다며 자리를 뜨려 하길래, 도망갈 수 있지 않냐며 번호를 달라고 했다. 손님은 주지 않았다. 옥신각신했다.


경찰에 전화했다. 도망가지 못하게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손님은 그제야 태도가 누그러졌다. 전화번호로 이상한 짓을 할까봐 안 알려준 거였다고 했다. 음료 쏟은 걸로 무슨 경찰까지 부르냐고, 취소하면 안 되겠냐고 했다. 그래도 음료를 들고 탔다는 말은 끝내하지 않았다.


경찰차 두 대, 경찰관 네 명이 왔다. 번호는 결국 경찰을 통해 받았다. 그날은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갔다. 새벽 두 시까지 AI와 상의했다. 돈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청구할지도 알아봤다. 마침 다음 날은 쉬는 날이었다.


다음 날, 디테일링 세차를 자주 맡기는 지인을 만나기 전 블랙박스에서 두 장면을 폰에 저장했다. 캔을 들고 타는 장면, 음료가 흐르는 장면.


지인과 만나 업체에 문의하니 클리닝 비용이 나왔다. 지인이 말했다. 이건 시빌워다. 시트 빌런 전쟁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내전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전쟁이었다.


모든 자료를 손님에게 보냈다. 손님이 보험처리를 하겠다고 했다. 보험사와 접수번호, 담당자 번호를 달라고 했다. 알겠다고 했다.


몇 시간 뒤 전화가 왔다. 지인과 있어서 받지 못했다. 헤어지고 나서 부재중을 보고 다시 걸었다. 어제 시트에 음료 흘린 사람이라고 했다. 클리닝 비용의 절반이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나도 죽겠다고 했다. 알겠다고 했다. 계좌번호를 보냈다.


시빌워에서, 누가 이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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