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손님
잠들기 전에 아, 그냥 다 포기하고 편하게 사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던 게 화근일까? 오늘 세상이 달라졌다. 어제와는 다른 기억이 머릿속에 있고, 어제의 일들이 머나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다른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차를 타고 온라인 게임으로 출근했다. 낯설지만 아주 익숙한 모습. 나는 이런 생활을 벌써 5년 넘게 지속하고 있었다.
회사 사람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 사람들과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이 회사에서 꽤 괜찮은 사람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싸움이 나지 않게 하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제만 해도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오늘은 점심에 이사님과 밥을 먹어야 한다.
"과장, 점심 메뉴 기깔나게 골라 와."
팀장님의 말씀에 나는 대답했다.
"네~ 제가 아주 기깔난 한식집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이랑 친하니까 당장 전화 걸겠습니다."
내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줄이야.
눈 깜짝할 새에 점심시간이 되었다. 이사님과 팀장님을 모시고 평양한정식에 갔다. 이번에 들어온 엠지 신입이 어떻니, 회사 분위기가 어떻니, 전쟁이 지속되고 있어서 경기가 나쁘다느니 하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업무는 내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익숙해서인지 곧잘 해냈다.
퇴근 후 사장님이 갑자기 나를 불러 술을 한잔하자고 하신다. 나는 회식이 너무 싫은데…. 결국 사장님과 진탕 술을 마셨다. 올해 승진은 어려울 것 같다느니, 회사 생활은 어떠냐느니, 먹고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술에 많이 취해서 대리를 불렀다.
이름이 낯이 익다… 내 이름과 똑같다. 나는 그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나인가? 지금의 나와는 다른 전화번호, 하지만 틀림없이 나다. 어제의 나다. 그가 왔다. 그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차 안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지금 생활은 어떠세요?"
나도 되물었다.
"그쪽 생활은 어떠세요?"
내가 먼저 답했다. 지금 하는 일이 나와 맞지 않는데 하고 있다고. 그가 말하더라. 자기도 대리운전이 맞지 않는데 하고 있다고. 두 명의 내가 한 대의 차 안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 참 웃기다. 현실인가 싶다.
그와 2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대리운전을 하는 나는 원래 꿈을 이루고 살고 있었다고 했다. 어제만 해도 그랬는데, 일어나 보니 과거로 돌아왔다고. 나도 말했다. 나도 대리운전을 했는데 갑자기 미래로 온 기분이라고. 회사에 다니는 나와 꿈을 이룬 나는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낫지 않냐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서로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몰랐다. 어느 순간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아침이었다. 다시 돌아왔다.
무서운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