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라는 징크스

음모론자의 바램

by철학하는 로프공


저는 로프공입니다. 제게는 남들이 들으면 고개를 갸웃할 징크스가 하나 있는데, 걱정을 미리 하는 것입니다.

줄을 탄 지 스무 해가 되었지만 큰 사고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옥상 끝에서 줄에 몸을 맡길 때마다 저는 떨어지는 상상을 합니다.

여기 쓸리면 끊어지지 않을까,

저기 꼬인 곳이 엉켜 터지지 않을까,

묶은 매듭이 풀리지 않을까.

머릿속에서 저는 수십 번을 떨어졌는데, 이상하게도 제 걱정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논리를 세워 보았습니다.
위기는 걱정한 곳에서 오지 않는다.

손상된 줄이라면 애초에 타지 않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곳은 멀쩡한 줄에서 마음이 자꾸 걸리는 자리입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 손을 대는 것도 아닙니다.

꼬인 자리는 꼬인 채로 두고 그대로 내려갑니다. 마음이 심히 불안한 날에만 아주 드물게 다시 손을 볼 뿐입니다. 걱정은 줄을 한 올도 고치지 않았는데, 걱정이 머문 자리는 한 번도 터지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줄이 터지는 날이 온다면, 그 자리는 아마 제가 한 번도 걱정해 본 적 없는 곳일 것입니다. 어제도 괜찮았으니 오늘도 괜찮겠지 하고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친 자리 말입니다.

현장에서는 작업줄 하나에 목숨을 걸지 않고, 옆에 구명줄을 하나 더 매답니다. 제게 걱정은 그 구명줄과 같습니다. 쓸 일이 없으면 가장 좋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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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생각이 취미인 로프공 노동자. 언제나 아파트옥상에 홀로 앉아 나만의 글을 써본다. 두아이의 아빠로서 이 아이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을 살길 꿈꾸며 철학서를 집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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