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less and heartless?

제인에어

byAltusSolum


나는 샬롯 브론테(Charlotte Brontë, 1816-1855)를 좋아한다.

나는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보다 샬롯 브론테를 훠어어얼씬 더 좋아한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얼추 동 시대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샬롯이 태어나고 1년 후에 제인은 죽었다.

둘은 엄밀하게 말하면 다른 시대를 살았다.

샬롯은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를, 제인은 리젠시 시대(Regency Era)를 살았다.

리젠시 시대에는 여전히 계몽주의의 영향이 짙게 남아있어 이성과 질서, 예의범절, 그리고 '슬롯적 규범(풍속)'이 절대적으로 중요시되던 때 였다. 그래서 소설은 대부분 거실 안에서의 우아하고 이성적인 대화, 그리고 슬롯적 질서(안정적인 결혼)에 무사히 편입되는 것을 이상적인 결말로 삼는다.

하지만 샬롯의 빅토리아 시대는 19세기 중반으로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낭만주의 사조가 영국을 휩쓸면서, 억눌려 있던 개인의 '내면'과 '자아', '격렬한 감정'이 문학의 전면에 등장하던 시기였다.

샬롯은 이 요동치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낡은 관습에 저항하며 개인의 실존적 자유와 영혼의 평등을 부르짖는 작품을 썼다.


실제로 샬롯은 제인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을 읽고 동료 작가인 G.H. 루이스에게 편지를 보낸다.

소설에 대해 샬롯은 "거대한 열정이 결여되어 있다", "그녀의 핏줄에는 피 대신 맑은 물이 흐르는 것 같다", "인간 마음의 보이지 않는 심연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며 감상평을 남겼다.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감정과 자아를 주체하지 못했던 샬롯의 눈에, 철저히 통제되고 계산된 이성적 질서 안에서 안락한 결혼을 추구하는 제인의 세계는 너무나 차갑고 수동적으로 느겨졌던 것이다.


<제인 에어(Jane Eyre, 1847)> 출판 당시 이 작품은 샬럿의 본명이 아닌 '커러 벨(Currer Bell)'이라는 남성형 필명으로 발표되었다. 당대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 영국 슬롯에서 여성 작가에 대한 편견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으나, 작품이 출판되자마자 평단과 대중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제인 에어>는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샬롯이 겪은 실존적 고통과 슬롯적 억압이 그대로 응축된 반쯤은 자전적인 스토리다.


샬롯의 아버지는 가난한 영국 성공회 목사였다. 샬롯은 어린 시절 자매들과 함께 '코완 브릿지'라는 열악한 기숙학교에 보내졌는데, 이곳의 가혹한 환경과 전염병으로 인해 두 언니(마리아와 엘리자베스)를 잃는 끔찍한 비극을 겪는다. 이 참혹한 경험은 소설 속 제인이 다니는 '로우드 학교'와 친구 헬렌 번즈의 죽음으로 완벽하게 형상화되어, 당시 위선적인 종교와 교육 제도를 고발하는 문학적 장치가 되었다.


1842년, 20대 중반이었던 샬롯은 동생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 저자)와 함께 프랑스어를 배우고, 교사 자격을 얻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에제 기숙학교(Pensionnat Heger)로 유학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콘스탄틴 에제(Constantin Heger) 교수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에제는 거칠고 권위적이며 불같은 성격을 지녔지만, 동시에 대단히 뛰어난 학식을 갖춘 인물이었다고 한다. 에제는 샬롯의 문학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녀의 지성을 날카롭게 자극하며 훈련시켰다. 추후 살펴볼 대사에서 제인이 로체스터를 향해 "독창적이고 확장된 지성을 지닌 분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I have talked, face to face, with an original, expanded mind)"고 고백했던 대사는, 바로 에제를 향한 샬롯의 지적 갈망과 경외심이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콘스탄틴 에제가 기숙학교의 원장인 클레어 조에 에제(Claire Zoë Heger)의 남편이었다는 사실이다. 샬롯은 지적으로 자신을 압도하고 교감해 주는 이 스승에게 깊이 매료되었으나, 철저한 청교도적 도덕 관념을 지녔던 샬롯에게 그 사랑은 극심한 내적 고통과 죄바카라감을 동반했다. 결국 그녀는 1844년, 짝사랑의 열병과 짙은 우울증을 안고 브뤼셀을 떠나 영국 요크셔의 고향으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영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에제 교수에게 자신의 절박한 감정과 고통을 호소하는 여러 통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에제는 이 관계가 부담스러워 편지를 찢어버렸지만, 흥미롭게도 그의 아내(원장)가 쓰레기통에서 그 조각들을 주워 실로 꿰매어 보관했다고 한다. 이 편지들은 훗날 1913년에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브론테의 짝사랑이 역사적 사실로 명백히 입증되었다. 샬롯의 짝사랑 덕분에 우리는 <제인 에어 (Jane Eyre)>나 <빌레트 (Villette)> 같은 수려한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한 개인의 슬픔과 고통을 토대로 영국 문학사의 지형을 바꾼 가장 실존적인 사랑의 기록이 된 것이다.


당시 영국의 가난한 지식인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부유한 집의 가정교사뿐이었다. 가정교사는 고용인이면서도 귀족은 아니며, 하인과도 다른 모호하고 소외된 계급이었다. 샬럿 본인도 수차례 가정교사 생활을 하며 모멸감을 느꼈고, 이를 바탕으로 '제인 에어'라는 완벽한 경계인의 시선을 통해 당대 계급 슬롯의 모순을 철학적으로 해체할 수 있었다.


샬롯의 삶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늘 따라 다녔다. 어린 시절 두 언니를 잃은 것에 이어, 성인이 된 후 남동생 브랜웰, 그리고 천재적인 작가였던 두 여동생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 저자)와 앤 브론테마저 결핵 등으로 1년 사이에 모두 잃게 된다. 가족 중 홀로 살아남아 늙은 아버지를 부양하며 극심한 고독 속에서 작가 생활을 이어가던 샬롯에게, 아버지의 부목사였던 아서 벨 니콜스(Arthur Bell Nicholls)가 청혼을 한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니콜스의 가난을 이유로 극렬히 반대했고 샬럿 본인도 망설였으나, 그의 오랜 순애보에 결국 마음을 열어 1854년 6월, 38세의 나이로 결혼한다.

그러나 이 늦은 결혼의 행복 역시 무척이나 짧았는데, 결혼 후 불과 9개월 만인 1855년 3월, 샬롯은 임신 초기에 극심한 입덧과 영양실조, 혹은 장티푸스 등의 합병증으로 배 속에 있던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난다. 어쩜 이렇게 기구할 수 있을까? 평생 고독과 싸우다 겨우 안식을 찾은 순간에 생을 마감했다는 점에서 한참을 먹먹했다. 자신의 고통을 다루어낸 방식이 너무나 숭고하고 주체적이라 더 안쓰럽다.


하지만 난 샬롯이 그냥 기구하게 상처만 받고 끝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과 불행을 토대로 <제인에어>라는 창조물을 세상에 잉태시켰기 때문에 몹시 의미있는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탄소와 다이아몬드의 차이는 사실 별것이 아니다. 다이아몬드도 결국 탄소 덩어리일 뿐이다. 다만 그 평범한 탄소 덩어리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한 압력과 뜨거운 열기를 묵묵히 견뎌냈을 때, 비로소 영원히 빛나는 보석이 되는 것이다. 샬롯의 삶을 짓눌렀던 끔찍한 상실의 압력과 짝사랑의 지독한 열병은 그녀의 영혼을 부셔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170년이 지나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제인 에어>라는 다이아몬드로 결정화시켰다. 진정한 고통의 연금술이란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오늘의 장면을 살펴보자.


로: I have a strange feeling with regard to you: as if I had a string somewhere under my left ribs, tightly knotted to a similar string in you. And if you were to leave I’m afraid that cord of communion would snap. And then I’ve a notion that I’d take to bleeding inwardly. As for you - You’d forget me.

당신에 대해 아주 신기한 감정을 느껴. 마치 나의 왼쪽 갈비뼈 아래 어딘가에 끈이 하나 있어서, 당신의 그곳에 있는 비슷한 끈과 단단히 매듭지어져 있는 것만 같아. 만약 당신이 떠난다면, 그 교감의 끈이 끊어질까 두려워.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난 속으로 피를 흘리게 될 것 같아. 당신이야... 날 잊겠지만.

제: How? I have lived a full life here. I have not been trampled on. I have not been petrified. I have not been excluded from every glimpse of what is bright. I have talked, face to face,

with an original, expanded mind. I have known you, Mr. Rochester; and it strikes me with anguish to be torn from you.

어떻게요? 전 이곳에서 충만한 삶을 살았어요. 짓밟히지도 않았고, 돌처럼 굳어버리지도 않았어요. 빛나는 것들을 엿볼 기회로부터 배제되지도 않았죠. 저는 독창적이고 확장된 지성을 지닌 분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제가 당신을 알게 되었죠, 로체스터 씨. 그런 당신에게서 찢겨져 나가야 한다는 건 제게 끔찍한 고통이에요.

로: Then why must you leave? 그렇다면 왜 떠나려해?

제: Because of your wife! 당신의 아내 때문이죠!(심지어 이 시점에는 정신병에 걸려 갇혀있는 버사의 존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인의 질투 유발 작전용인 레이디 잉그램을 말하는거다..)

로: I have no wife. 내겐 아내가 없소.

제: But you are to be married. 하지만 곧 결혼하시잖아요.(레이디 잉그램이랑 결혼할것 처럼 굴었던 로체스터)

로: Yes - Jane, you must stay. 맞아 - 제인, 당신은 내곁에 있어야해.

제: And become nothing to you? Am I a machine without feelings? Do you think that because I am poor, obscure, plain and little that I am soulless and heartless? I have as much soul as you and full as much heart. And if God had blessed me with beauty and wealth I could make it as hard for you to leave me as it is for I to leave you.

그래서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라고요? 제가 감정도 없는 기계인가요? 제가 가난하고, 보잘것없고, 평범하고, 체구가 작다고 해서 영혼도 없고 심장도 없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제게도 당신만큼의 영혼이 있고, 당신만큼 충만한 심장이 있다구요! 만약 신께서 제게 아름다움과 부를 허락하셨다면, 제가 당신을 떠나는 것만큼이나 당신도 저를 떠나기 힘들게 만들었을 거예요.

I’m not speaking to you through mortal flesh. It's my spirit that addresses your spirit as if we'd passed through the grave and stood at God's feet, equal - as we are.

지금 저는 필멸의 육신으로 당신에게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제 영혼이 당신의 영혼에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마치 우리가 무덤을 지나 신의 발치에 서 있는 것처럼, 평등하게 말이에요. 지금 우리의 본모습 그대로요!

로: As we are. 우리의 본모습 그대로.

제: I am a free human being with an independent will, which I now exert to leave you.

저는 독립적인 의지를 가진 자유로운 인간이에요. 그리고 지금 당장 당신을 떠나는 데 그 의지를 행사하겠어요.






https://youtu.be/42h7P7vQMKM?si=_iTytCdVLMgZ3H2f​

https://www.bustle.com/p/10-lessons-modern-women-can-learn-from-jane-eyre-58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