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은 공공재

by아리김

나는 원래 우산을 잘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다.
대부분 차로 이동하다 보니 비를 맞을 일도 많지 않다.
하지만 차를 두고 잠깐 걸어야 하는 애매한 거리에서는 늘 우산이 없었다.
그럴 때면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비를 맞고 걷곤 했다.

물론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그럴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우산 부자가 되었다.
차에도 두 개, 회사에도 한두 개,
집에도 미처 챙기지 못한 날 새로 산 우산들이 다섯 개쯤 쌓여 있다.
그런데도 전혀 아깝지 않다. 오히려 마음이 든든하다.

나는 오래전부터

'우산은 공공재다.'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몇 해 전, 문화예술경영학 전공 동문인 김쌤의 전시회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전시를 보고 전시회에 온 손님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모두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었고, 나는 그들 사이에서 조금은 이방인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함께 식사하는 동안에는 그런 거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식당을 나서자 갑자기 세찬 비가 쏟아졌다.

김쌤은 아무 말 없이 자기 우산을 나와 함께 쓰며 걸었다.

걷다 보니 누군가가 "우리 한잔 더 하고 갈까요?" 라고 말했다.

분위기도 좋았고, 김쌤과도 친했기에 나도 잠시 망설였다.


그런데 술기운이 오른 한 분이 "아, 그냥 우리끼리 가죠." 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빠져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김쌤은 하지만 오히려 그들을 뒤로 하고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나를 데리고 앞장섰다.


그때 김쌤의 남편이 우산 하나를 들고 마중을 왔다.

그분은 자신의 우산을 내게 건네며 웃었다.

"저는 아내랑 같이 쓰면 되니까 이 우산 쓰고 가세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웃으며 말했다.

"우산은 공공재네요."

그분도 함께 웃었다.


그날 우산은 비를 막아 주는 물건이 아니라,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는 포옹 같았다.


아마 그날 이후였던 것 같다.

나는 더욱 자연스럽게 우산을 여러 개 두게 되었다.

누군가 비를 맞고 있다면 언제든 건네줄 수 있도록.

우산은

한 사람을 비로부터 지켜 주는 물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 사람의 마음까지 젖지 않게 해 주는 것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우산이 많은 것이 좋다.

언젠가 또 비 오는 날,

누군가와 따뜻한 추억 하나를 함께 나눌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