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벤. 마일로.

Part II

by제윤

마일로와 돌아온 도윤은 거실에 켜진 향초를 보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 목줄을 벗겨 현관에 걸고 물그릇에 새 물을 채운 뒤, 마일로가 물을 마시는 동안 그 옆에 쪼그려 앉았다.

“공항까지 같이 갈까? 난 차에 있을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도윤은 잠시 그대로 있다가 현관 쪽으로 몸을 일으켰다.

“곧 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윤은 문을 열었다가 다시 돌아보았다.

“나 머리 밀면 사진 보내줄게.”


문이 닫힌 뒤 그는 향초의 불을 껐다. 계약서는 접지 않았다. 모서리가 구겨지는 것이 싫어서 마일로의 서류가 든 투명 파일에 그대로 넣고, 슈트케이스가 아니라 손가방 안에 챙겼다.


인천공항에는 생각보다 많은 팬이 나와 있었다.

출국 일정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큰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출국장 앞에 줄지어 서서 편지를 내밀었다. 대부분은 평소 공항에서 그를 보던 때와 비슷한 얼굴로 잘 다녀오라고 했다.


“Ben!”

이름이 여러 방향에서 들려왔다.

그는 마스크를 내리고 웃었다. 한 사람이 내민 편지를 받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봉투 끝을 쥔 팔이 들어왔고, 카메라 셔터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고개를 참았다. 팬들은 곧 새로운 소속사 발표가 있을 거라고 믿는 듯했다.


매니저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슈트케이스 다섯 개의 무게를 나누어 맞추고 마일로의 검역 서류를 다시 확인했고,

수속을 마친 후 두 사람은 보안검색대에서 조금 떨어진 기둥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매니저가 태블릿을 꺼내며 물었다.

“출국 전에 한 번만 더 확인해 달라고 하셨어.”

화면에는 익숙한 계약서가 떠 있었다. 마지막 장의 서명란 위에는 역시 BEN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전자서명을 해도 되고 가져온 종이에 해도 된다는 말을 덧붙인 뒤, 매니저는 카트 위 마일로의 이동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끈을 한 번 더 당겼다.


그는 태블릿을 받아 몇 장을 천천히 넘겼다.

이미 여러 차례 읽은 내용이었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보안검색대 너머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고. 전광판에는 로스에인절레스행 비행기의 탑승 수속이 곧 마감된다는 안내가 떴다.

“사인하면 언제부터 녹음 시작해요?”

“일정만 잘 맞추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하지.”


한 달.


며칠 전 어머니에게 나 집에 좀 가 있을까,

하고 물었을 때에도 오래 있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좋지, 하고 너무 빨리 대답했고, 전화기 너머에서는 아버지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 소리에 이어

방을 좀 치워야겠다는 말까지 들렸다.


아직 결정한 건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한 달이면 슈트케이스를 모두 풀 필요가 없을 것이고

부모의 집에 놓아둘 물건도 많지 않을 것이다.


마일로가 긴 비행을 다시 견뎌야 한다는 것만 빼면,


한 달 뒤에는 지금까지의 생활로 돌아올 수도 있었다.



ⓒ 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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