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홍종민

― 프롤로그 ―


상담을 하면서 이상한 경험을 반복했다.

내가 뭔가를 말하면 내담자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반복됐다. 특정한 방식으로 말했을 때, 달라졌다.

그게 뭔지를 알고 싶었다.

이 바카라은 그 질문에서 시작됐다.

나는 정신분석 상담을 한다. 수천 명을 만났다.내담자가 가져오는 것은 겉으로는 다르다. 직업, 연애, 가족, 돈. 그런데 안으로는 비슷하다. 어떤 패턴이 있다. 오래된 것이 지금 여기로 온다. 그것이 지금 나와의 관계에서 작동한다.

나는 그것을 전이 (轉移, Transference)라고 배웠다.

전이는 과거의 관계가 지금 여기로 옮겨오는 것이다. 어릴 때 아버지를 경험했던 방식이 지금 나를 만나는 방식에 들어온다. 오래된 패턴이 지금 이 관계에서 작동한다. 내담자가 나에게 하는 것이 나에 대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것이 전이다.

이것을 알면 내담자가 달리 보인다. 반응에 끌려가지 않고 그 뒤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뒤에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전이 해석이다.

정신분석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내담자가 나에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 내가 내담자에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싶었다.


나는 대학원에서 라캉 정신분석을 전공했다. 라캉은 프로이트를 다시 읽은 사람이다. 그래서 라캉을 배우면 프로이트도 함께 배운다. 가르치는 교수들이 프랑스에서 라캉을 전공한 분들이었다. 한국 라캉 1세대라고 불리는 분들로부터 배웠다.

대학원을 마치고 정신분석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는 사주상담사이기도 하고 정신분석 상담사이기도 하다. 두 개의 언어로 사람을 읽는다.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됐다.

내가 사주 상담에서 경험으로 알던 것들이 이미 이론으로 있었다. 클라인이, 프로이트가, 라캉이, 렘마가, 샤르프가, 비온이 이미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말한 것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었다.


그런데 몰랐을 때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정신분석을 배우기 전에도 상담은 했다. 그런데 상담 이후에 이상한 일이 생겼다. 갑자기 폭식을 하는 날이 있었다. 이유를 몰랐다. 그냥 내가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날은 상담 후에 몸이 무거웠다. 어떤 날은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았다.

나중에 정신분석을 배우고 나서 알게 됐다.

그것이 후유증이었다. 상담 후유증. 내담자가 나에게 투사한 것을 내가 그대로 받아서 처리하지 못한 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역전이였다. 내담자의 감정이 나에게 들어와서 내 몸과 행동으로 나오고 있었다.

상담에는 전이(轉移, Transference)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역전이(逆轉移, Countertransference)도 생긴다. 내담자가 나에게 투사하는 것이 있고, 나는 그것을 받아서 무언가를 경험한다. 그것이 역전이다. 이것을 모르면 역전이가 내 것인지 내담자의 것인지를 구별할 수 없다. 그래서 후유증이 생겼다.

알고 나서 달라졌다. 그것이 이 바카라의 출발점이다.

이 바카라은 전이 해석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전이 해석 기술서가 아니다. 이론서도 아니다. 내가 실제로 경험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배운 것들. 실수한 것들. 달라진 것들.

이론가들의 개념이 들어온다. 그런데 그들이 주인공이 아니다. 내가 내담자들과 함께 경험한 것이 주인공이다. 이론은 그 경험을 이해하는 언어다.

1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대로 읽어도 되고, 필요한 장부터 읽어도 된다. 각 장은 하나의 주제를 다룬다. 그 주제들이 모여서 전이 해석이라는 전체 그림이 된다.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 일을 하려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구든 괜찮다. 이 바카라에서 다루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 말하고 싶다.

전이 해석은 기술이 아니다.

기술로 배울 수 없다. 내담자가 나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느끼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가 내담자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느낌과 앎이 먼저다. 해석은 그다음이다.

그래서 이 바카라은 방법보다 태도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있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내담자와 함께 있는 동안 내가 어떤 상태에 있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그것을 배우는 것이 이 일의 핵심이다.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


본 에세이에 등장하는 모든 사례는 내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여러 상담 사례를 재구성하였으며, 성별, 나이, 직업, 가족관계, 상담 내용 등 식별 가능한 정보를 변형하였습니다. 특정 인물과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입니다. 상담의 본질과 핵심 통찰은 유지하되, 실존 인물과의 연관성을 배제하였음을 밝힙니다.


목차

프롤로그 2

1부. 세션에서 일어나는 일

1장. 당신이 하는 말은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다 11

2장. 그 사람 이야기가 아니다 24

3장.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일 36

4장. 침묵은 말한다 47

5장. 분석가를 향해 쏘는 적대감 59

6장.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68

2부. 해석이란 무엇인가

7장. 해석이란 무엇인가 81

8장. 언제 해석하는가 91

9장. 어떻게 해석하는가 102

10장. 연습이 몸이 된다 121

11장. 은유는 무의식이 말하는 방식이다 132

12장. 해석은 가설이다 147

3부. 전이라는 시간

13장. 그의 과거가 지금 여기에 있다 159

14장. 환상이 전이를 만든다 170

15장. 덮개기억 — 이 사람이 가져오는 것의 뒤를 보라 180

16장. 사후작용 — 과거는 현재가 다시 쓴다 189

17장. 투사된 것을 받는 법 201

18장. 해석 이후 212

19장. 전이가 해소될 때 221

에필로그 229

참고문헌 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