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 나는 과연 '무엇'인가?

심리학과 철학의 안경으로 <아이덴티티>를 다시 보다

byItz토퍼
by Gemini + Itz Topher

나에게는 몇 개의 서로 다른 용도의 안경이 있다.

물론 시력을 보조하기 위한 안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식의 틀, 바로 '심리학'이라는 안경과 '철학'이라는 안경이다.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라는 또 다른 안경들이 존재한다.


하나의 존재나 사건을 바라볼 때, 나는 종종 이 서로 다른 안경을 통해 하나의 대상에 여러 각도의 시선을 만들어 본다. 나의 시각인 '빗각'에서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같은 현상이라도 어떤 안경을 쓰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조금은 다른 의미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각자의 경험과 내면, 그리고 보호받아야 할 개인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담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적·철학적 관점을 조심스럽게 적용한다.


그런데 이러한 두 개의 안경을 동시에 활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매체가 있다.


바로 영화와 바카라이다. 특히 영화는 인간의 행동과 내면, 그리고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하나의 이야기 속에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연구와 창작을 위한 중요한 대상이 된다.


그중에서도 학생들을 지도하고 인격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데 있어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반전이 뛰어난 심리 스릴러로 평가받아 온 영화 <아이덴티티(Identity)>이다.


출처: IMDb. Identity (2003)


폭우로 고립된 모텔에서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관객은 범인의 정체를 추적한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 모텔이 다중인격을 가진 말콤 리버스의 정신세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인물들은 모두 그의 또 다른 인격이었고, 연쇄살인은 인격들이 서로를 제거하는 과정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해석은 영화의 제목 'Identity'를 '어떤 인격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말콤의 진정한 자아가 되는가'라는 의미로 이해한다.


즉 영화는 다중인격 사이의 생존 경쟁을 통해 인간의 자아를 탐구하는 심리학적 작품이라는 것이다. 말콤의 인격들이 서로를 제거해 나가는 과정은 단순한 서사적 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자아가 여러 갈래로 분열되었을 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극단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영화의 반전과도 가장 잘 맞아떨어지며, 실제로 작품을 이해하는 대표적인 관점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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