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AI, 느린 우리의 기준 [2]

시성비의 시대, 속도와 사유 사이에서

byItz토퍼

여러 창작·학술·산업 분야는 아직 AI를 독립적인 창작과 생산의 주체로 인정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중함이 변화의 속도를 늦추지는 않는다.
우리가 원칙과 윤리를 논하는 사이, AI는 다양한 현장에서 인간과 협업하며 생산과 창작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늦어지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기준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AI를 배제하거나 인정하는 이분법이 아니라, 인간과 AI의 협업을 어떤 원칙과 바카라임 아래 정립할 것인가이다.

fddad6c2-fa33-4f4c-8287-ba3131c86b35.pngby ChatGPT

새벽 4시, 나만의 '시성비'를 다듬는 시간


나의 일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야간 청소 일을 나가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다.


온라인 게임인에 비유하면 출근하는 날과 쉬는 날인 셈이다.

물론 시간대는 다르다. 야간과 주간이 서로 뒤바뀌어 있으니까. 굳이 둘을 구분하는 이유는 하루의 속도와 리듬, 그리고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일을 나가지 않는 날이면 보통 밤 11시쯤 잠자리에 들어 새벽 4시 무렵 눈을 뜬다.


서재 창문을 활짝 열어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고, 가볍게 몸을 푼 뒤 커피를 내린다. 필터 위로 물이 스며들며 피어오르는 원두 향을 마주하는 순간, 하루의 일상도 함께 시작된다.


미리 완성해 둔 글의 초안에 살을 붙이고, 이미 완성된 문장은 다시 검토하며, 새로운 글의 첫 문장을 써 내려간다.


글쓰기를 마치면 늘 그렇듯 아침 샤워를 한다. 그리고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면 방학을 맞은 보배단지를 깨워 함께 아침 산바카라을 나선다.


은퇴 후의 내 시간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나만의 연구와 창작에 몰입하는 시간, 가족과 지인들과 삶을 나누는 시간,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백의 시간이다.


물론 틀에 집어넣어서 찍어내는 하루는 아니다.

다만 하루를 돌아보면 대략 이러한 흐름으로 이어지곤 한다.


나는 이 반복되는 틀 안에서도 매일 조금씩 다른 결을 만들어내려 애쓴다. 보배단지와 손을 잡고 단지 화단에 핀 꽃을 바라보며 그림도 그리고, 낮에는 방학 숙제를 도와주기도 한다. 저녁에는 아내와 영화를 보거나 내가 쓴 글에 대한 조언을 들으며 차 한 잔과 다과를 나눈다.


아내가 출근한 낮에는 노트북과 연구 자료를 검토하고 창작을 위해 씨름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카페에서 지인이나 제자들을 만나 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처음 만난 사람과의 새로운 관계를 넓히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또한 주말이 되면 동아리 멤버들과 장거리 라이딩으로 하루를 보내거나 카메라를 들고 가족들과 함께 등산이나 출사를 떠난다.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은 이러한 유연한 순환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시간 관리이기 때문이다.


마치 드립커피가 적절한 물의 온도와 기다림을 통해 깊은 향을 품게 되듯, 내 삶의 효율 또한 무조건 빠른 속도가 아니라 얼마나 밀도 있게 채워졌는가에서 비롯된다.



속도라는 물결 속, '시성비'라는 화두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내가 가장 중시 여기는 것은, 바로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혹은 시간 대비 효율)'다.


가성비가 가격 대비 만족도를 뜻했다면, 시성비는 투입한 시간 대비 얼마나 높은 성과와 만족을 얻는지를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시성비는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다. 그래서 은퇴 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잃지 않기 위해, 나는 매 순간을 감사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오늘은 인생의 마지막 업데이트를 위한 '첫 번째' 시간이다."




하지만 세상은 다르다. 또 다른 중심이 이 세대를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로 생성형 AI라는 존재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AI시대는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그 정의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시대적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는가'를 경쟁력으로 삼았다면, 지금은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본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가'를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AI 시대의 시성비는 지식과 창작 업무가 중심인 산업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반복 작업을 줄이고, 인간이 판단과 창의적 사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각 분야의 생산 방식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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