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 막걸리야

삶이란 결국 늙어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아닐까

byItz토퍼
1777427509.pngby QwenAI



“이 글은 와인 맛일까요, 아니면 막걸리 맛일까요?”



어린 시절, 외갓집 부뚜막 한켠은 나에게 거대한 '과학 실험실'이자 '금지된 성역'이었다.


그곳엔 늘 도롱이를 이불처럼 뒤집어쓴 막걸리 항아리가 웅크리고 앉아 숨을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밍밍한 쌀물에 불과했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새 코끝을 간지럽히는 달큼하면서도 시큼한 향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발효가 한창일 때 풍겨 나오던 그 묘한 향기는, 사람을 홀릴 듯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막내 이모는 “아이구, 술 냄새야” 하며 코를 찡그렸지만, 두 살 터울의 막내 외삼촌과 나에게 그것은 에덴동산의 ‘금지된 과일’처럼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결국 우리는, ‘니는 아담, 나는 이브다.”

그 뱀 같은 냄새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우리는 작전이라도 짜듯 짚더미에서 실한 놈을 하나 골라 끝을 정성스레 다듬었다. 천연 빨대다. 어른들에게 들킬까 봐 숨을 죽인 채, 항아리 속으로 살그머니 빨대를 찔러 넣는다. 긴장된 첫 모금. 처음엔 톡 쏘는 시큼함이 혀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이내 은근하고도 깊은 단맛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막걸리가 발효되어 식초로 변해가기 직전, 가장 깊고 완벽한 맛에 이르렀던 순간의 ‘찰나의 예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게 술인 줄도 모르고, "딱 한 모금만 더"를 주문처럼 외우던 막내 외삼촌과 나는 결국 멈출 줄 몰랐다. 번갈아 가며 빨대를 나눠 물던 우리는 어느새 부엌 구석에 나란히 쓰러져 같은 말만 반복했다.


“와이리 집이 뱅뱅 도노?”


결국 어린것들이 무슨 장마당의 '고래'라도 된 양, 세상모르고 잠든 그 풍경은 두고두고 외갓집의 전설이 되었다.


“타락한 촌놈 얼라들.”


a1be3180-fcb8-45bb-b82d-6f426e187282.pngby ChatGPT


그때 그 막걸리는 딱 식초가 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시간 속에 있었다. 달콤함과 시큼함이 가장 절묘하게 어우러지던 순간. 조금만 더 방치하면 누구도 찾지 않을 지독한 신맛으로 변해버릴, 그 아슬아슬한 경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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