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몸무게를 잰다. 마치 눈을 뜨자마자 커피를 내리는 것과 같다. 오랫동안 이어온 아침의 습관이다.
체중계에 올라간다.
어?
내려갔다가 다시 체중계에 올라간다. 벌써 세 번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어제저녁 뭘 먹었지? 다시 생각의 태엽을 되감아 본다. 스시와 사시미. 어제 먹은 음식이다.
이야기를 나누며 오랫동안 앉아 먹었던 화려한 음식들이 생각났다. 다른 날보다 많이 먹었나?
그렇다고 2킬로가 금세 찌다니. 내일이면 다시 원래 몸무게가 되겠지. 늘 그랬다. 과식한 날도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제 몸무게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숫자는 그대로였다.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 숫자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 살을 빼고 싶어 하는 그녀와 함께 Naturopathic Doctor(ND)를 찾아간 적이 있다. 식단과 영양, 생활 습관 등을 살펴보며 몸의 상태에 맞는 방법을 찾는 자연의학 분야의 의사였다.
나 역시 몇 년 동안 몸에 좋다는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을 찾아 먹었다. 광고를 보고 고르기도 했고,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하나씩 더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났지만 내가 느끼는 몸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지금 먹고 있는 것들이 정말 내 몸에 필요한지, 나에게 맞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한 번쯤은 내 몸의 상태를 제대로 알고 싶었다.
그날 의사는 그녀에게 기초대사량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먹는 양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몸이 평소에 얼마나 에너지를 쓰는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몸을 관리하는 건 무엇을 덜 먹을지 정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말이 생각났다. 몇 주째 그대로인 체중계의 숫자도 다시 보게 되었다.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면 다음 날 조금 덜 먹는다. 귀찮아서 소파에 더 누워 있고 싶은 날에도 동네를 한 바퀴 걷는다.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운동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만큼 작은 일이다. 그래도 한다. 내가 나에게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물론 매일 지키지는 못한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계획이 흔들릴 때도 있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산바카라을 건너뛸 때도 있다.
그럴 때도 다시 돌아온다. 완벽하게 지키는 것보다, 흐트러졌을 때 다시 내가 정한 방향으로 돌아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아침의 체중계는 나를 혼내는 도구가 아니다.
어제보다 몇 킬로그램이 늘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평소와 다르게 먹고 움직였을 때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게 하는 작은 신호다.
몇 주가 지나자 숫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느 날 아침 체중계에 올라가 예전의 숫자를 확인했다.
안도했다.
내가 안도한 이유는 단순히 2킬로그램이 빠져서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먹은 만큼 조금 더 움직이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조금 덜 먹고, 귀찮음을 참고 몸을 움직였다.
몸을 관리한다는 것이 매일 완벽하게 사는 일은 아닐 것이다. 많이 먹는 날도 있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하루가 있었다고 해서 그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 더 걸을지, 먹고 싶은 것을 조금만 덜 먹을지 생각할 것이다. 아주 작은 선택들이다.
그래서 오늘도 체중계에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