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절을 하나의 가격이 아니라 여러 선택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익절을 고민할수록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남았다. 어디에서 팔아야 가장 좋은가. 이전 고점에서 팔아야 하는지, 목표 손익비에 도달했을 때 정리해야 하는지, 추세가 완전히 꺾일 때까지 들고 가야 하는지 매번 선택해야 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미래의 가격을 하나의 결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정확하게 맞힐 수 없다는 사실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익절에서는 여전히 가장 좋은 가격 하나를 찾으려고 했다. 진입에서는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청산에서는 다시 미래를 맞히려고 한 셈이다. 첫 번째 저항에서 팔면 더 올라갈까 아쉽고, 계속 들고 있으면 수익이 다시 줄어들까 불안했다. 결국 무엇을 선택하든 다른 가능성이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익절을 하나의 결정으로 끝내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전부 팔거나 전부 보유하는 대신 포지션을 나누는 것이다. 중요한 저항에 도달하면 일부를 정리하고, 나머지는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을 위해 남겨둔다. 미래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모르니 내 선택 역시 하나로 고정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단순히 심리적으로 편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일부 수익을 확정하면 마음은 상당히 달라진다. 포지션 전체가 다시 본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부담이 줄어들고, 남은 물량은 조금 더 여유 있게 볼 수 있다. 가격이 첫 번째 저항을 돌파해 계속 상승하면 남아 있는 포지션으로 참여할 수 있고, 반대로 그 자리에서 되돌아가더라도 이미 일부 수익은 확보되어 있다.
하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니 부분 익절은 심리적인 타협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거래 구조에 그대로 반영하는 방법이었다.
예를 들어 상승 추세에서 좋은 눌림을 잡았다고 하자. 위에는 이전 고점이라는 분명한 저항이 있다. 그곳에서 가격이 밀릴 가능성도 있고, 반대로 돌파하면서 더 큰 추세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두 가능성 가운데 어느 것이 현실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첫 번째 저항에서 일부를 청산하는 것은 ‘여기에서 끝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응하는 것이고, 나머지를 남기는 것은 ‘아직 더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행동이 된다.
나는 이런 방식이 트레이딩 전체에서 내가 배우게 된 태도와 꽤 잘 맞는다고 느꼈다. 미래를 하나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다.
부분 익절을 하기 전에는 매번 최적의 선택을 하려고 했다. 전량 익절한 뒤 더 올라가면 내가 너무 일찍 팔았다고 생각했고, 보유하다가 수익을 반납하면 욕심을 부렸다고 생각했다. 결과를 알고 난 뒤에는 언제나 더 좋은 선택이 보인다. 하지만 일부를 정리하고 일부를 남기면 애초에 어느 한쪽 결과에 완전히 의존하지 않게 된다.
물론 이것도 공짜는 아니다. 부분 익절에는 분명한 대가가 있다. 첫 번째 목표에서 절반을 팔았는데 이후 거대한 추세가 나온다면 전량을 들고 있었을 때보다 최종 수익은 작아진다. 반대로 첫 번째 목표에서 조금만 정리하고 나머지를 남겼는데 가격이 전부 되돌아오면 더 많이 팔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부분 익절은 후회를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서로 다른 후회를 적당히 나누는 방법에 더 가깝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했다.
어떤 청산 방식도 모든 시장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 수는 없다. 추세가 강하게 이어지는 시장에서는 끝까지 보유한 사람이 가장 많은 수익을 얻고, 목표가를 찍은 뒤 바로 반전하는 시장에서는 전량 익절한 사람이 가장 잘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거래를 시작할 때 어느 시장이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차트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거래를 반복했을 때 내가 지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부분 익절을 사용하면서 나는 수익을 두 종류로 나눠 생각하게 됐다. 하나는 확보하는 수익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에 열어두는 수익이다.
확보하는 수익은 비교적 현실적인 목표를 갖는다. 이전 고점이나 저점, 의미 있는 지지와 저항, 혹은 내가 사용하는 손익비 기준에 도달했을 때 일정 부분을 정리한다. 이 물량의 목적은 시장의 첫 번째 움직임에서 보상을 받는 것이다. 반면 남은 물량은 조금 다른 역할을 한다. 예상보다 큰 추세가 만들어졌을 때 그 움직임에 참여하기 위한 물량이다.
둘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관리 방식도 같을 필요가 없었다.
첫 번째 물량은 목표 가격이 비교적 명확할 수 있지만 남은 물량은 추세의 구조를 보며 관리할 수 있다. 상승 추세라면 저점이 계속 높아지는 동안 보유하고, 중요한 지지가 무너지거나 추세 구조가 훼손됐을 때 정리하는 식이다. 하락 추세에서는 그 반대가 된다. 이렇게 하면 목표 가격 하나를 맞히는 대신 시장이 실제로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보면서 청산할 수 있다.
이른바 러너라고 부르는 잔여 포지션의 의미도 여기에서 알게 됐다. 처음에는 큰 수익을 노리기 위해 남겨두는 욕심의 물량처럼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큰 추세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남겨두는 작은 선택권에 가깝다고 본다. 대부분의 거래에서는 별다른 추가 수익 없이 정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움직이는 날이 오면 그 작은 잔여 물량이 전체 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추세추종에서 큰 수익 몇 번이 전체 기대값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구조는 꽤 중요하다. 손실은 -1R로 제한하면서 대부분의 수익도 +1R 부근에서 전부 정리한다면 계좌를 성장시키기 위해 상당한 승률이 필요하다. 반대로 일부라도 +3R, +5R 이상의 움직임에 참여할 수 있다면 몇 번의 큰 거래가 여러 작은 손절을 상쇄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욕심은 쉽게 끼어든다. ‘큰 추세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면 남은 포지션을 절대로 팔고 싶지 않아질 수 있다. 이미 추세가 무너졌는데도 이번에는 더 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계속 보유한다. 그러면 러너는 추세를 따라가는 포지션이 아니라 희망을 붙잡고 있는 포지션으로 변한다.
그래서 잔여 물량에도 반드시 끝나는 조건이 필요했다.
부분 익절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머지를 무조건 본전까지 버티는 것도 항상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흔히 첫 번째 익절 이후 손절을 진입가로 옮겨 ‘공짜 거래’를 만든다고 표현하지만, 시장 구조를 무시하고 너무 빨리 손절을 본전으로 올리면 정상적인 눌림에서도 포지션이 정리될 수 있다. 이후 가격이 다시 원래 방향으로 진행하면 첫 번째 수익만 남고 큰 추세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도 손절을 돈이 아니라 구조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고 느꼈다. 수익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손절을 진입가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새로운 지지를 만들었는지, 이전 저점을 높였는지, 돌파한 저항을 다시 지지로 확인했는지를 본다. 구조가 실제로 한 단계 진행됐다면 손절 역시 그에 맞춰 이동시킬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익절 이후의 포지션 관리도 결국 처음 배웠던 원칙으로 돌아간다. 가격이 얼마의 수익을 보여주느냐보다 시장 구조가 어떻게 변했느냐를 보는 것이다.
부분 익절 비율 역시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절반을 먼저 정리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20~30%만 줄인 뒤 대부분을 추세에 맡기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짧은 단타라면 첫 번째 목표에서 많은 물량을 정리하는 편이 더 적합할 수 있고, 큰 추세를 노리는 전략이라면 첫 익절 비중을 작게 잡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비율이 전략 전체의 기대값과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목표까지는 비교적 자주 도달하지만 이후 큰 추세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면 일부 수익을 크게 확보하는 방식이 심리적으로나 통계적으로 더 적합할 수 있다. 반대로 낮은 승률을 감수하고 큰 움직임 몇 번으로 전체 수익을 만드는 전략이라면 초반에 너무 많은 물량을 정리하면 전략의 장점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결국 부분 익절 역시 기록을 통해 확인해야 했다. 나는 어느 위치에서 수익을 너무 빨리 줄이고 있는지, 남은 포지션이 실제로 큰 수익에 기여하고 있는지, 아니면 대부분 다시 본절로 돌아오고 있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부분 익절이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사용하는 것과 장기적인 결과를 확인하며 사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럼에도 내가 이 방식을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미래를 맞혀야 한다는 부담을 줄여준다는 데 있었다.
나는 시장이 여기에서 끝날지 더 갈지 모른다. 그렇다면 굳이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일부를 팔아 지금까지 시장이 준 움직임을 인정하고, 일부는 남겨 앞으로 올 수 있는 움직임을 기다린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고점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두 가능성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진입할 때 분할로 접근하는 생각과도 어느 정도 닮아 있다. 한 가격에 모든 판단을 몰아넣지 않는 것이다. 시장은 내가 원하는 정확한 가격에서 반응하지 않을 수 있고, 익절 역시 내가 정한 한 가격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진입도 청산도 조금 더 유연하게 나눌 수 있다.
물론 분할이라는 말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손실 중인 포지션에 계획 없이 계속 물량을 더하는 것과 처음부터 정해놓은 분할 진입은 전혀 다르듯, 부분 익절 역시 그때그때 감정적으로 물량을 줄이는 것과는 다르다. 어디에서 얼마를 정리할 것인지 대략적인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격이 조금만 흔들릴 때마다 포지션을 줄이다 결국 큰 움직임을 거의 가져가지 못할 수 있다.
트레이딩을 하면서 나는 점점 모든 것을 한 번에 결정하려 하지 않게 됐다. 방향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생각하고, 진입도 시장의 반응을 보며 결정하며, 익절 역시 여러 단계로 나눈다. 시장을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면 오히려 이런 방식이 자연스럽다.
일부는 확정하고 일부는 열어둔다.
가격이 첫 번째 목표에서 끝난다면 이미 확보한 수익이 있다. 시장이 계속 간다면 남아 있는 포지션이 따라간다. 어느 쪽이든 최고의 결과를 얻지는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후회를 피하면서 전략을 반복할 수 있는 구조를 얻는다.
나는 지금 이것을 꽤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한다. 트레이딩의 목적은 한 번의 거래에서 최대한 많은 돈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다. 좋은 거래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계좌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때때로 수익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도 전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될 수 있다.
결국 부분 익절은 타협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법이었다.
미래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으니 내 행동 역시 하나의 결과에 전부 걸 필요는 없다. 일부는 지금의 수익으로 가져오고, 일부는 아직 알 수 없는 미래에 남겨둔다.
일부는 팔고, 일부는 시장에 맡긴다.
그리고 그렇게 거래하다 보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도 더 선명해진다. 수익이 얼마였든 손실이 얼마였든, 거래의 질은 최종 숫자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손절한 거래가 오히려 좋은 거래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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