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

손님 이야기

by박성욱


어느 날, 부부로 보이는 두 분과 아드님인 듯한 젊은 남자분이 가게를 찾아오셨다.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덕산에서 자주 마주치던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누나와 나는 여행 오신 분들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낯선 분들인데도 어딘가 익숙했다. 어디선가 한 번쯤 마주친 사람들처럼.


두 분은 그릇을 깨끗이 비우시고,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가셨다.


손님들이 떠난 뒤 누나에게 말했다.


“누나, 저분들 분위기 참 좋다. 뭔가 정겹고 익숙하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 냄새가 나는 분들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좋았는지 정확히 짚기는 어려웠지만, 짧은 인사 뒤에도 기분 좋은 여운이 남았다.


며칠 뒤, 그분들이 다시 오셨다. 이번에는 일행이 여럿이었다.


서로 오랜만에 만나신 모양이었다. 테이블에서 오가는 이야기와 웃음이 따뜻했다. 식사를 내어드리면서도 그 자리를 한 번씩 바라보게 됐다.


그 뒤로도 몇 차례, 늦은 저녁이면 여러 사람을 모시고 오셨다. 처음에는 여행객인 줄 알았던 분들이 어느새 익숙한 손님이 되어 있었다.


그쯤 되니 궁금해졌다.


어떤 일을 하시는 분들일까.

교수님이신가. 종교와 관련된 일을 하시나.


누나와 나는 둘이서 이런저런 추리를 했다. 매번 함께 오시는 분들이 많고,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편안해 보였다. 정작 직접 여쭙지는 못한 채 궁금한 마음만 키웠다.


그러던 얼마 전이었다.


그분이 조용히 전시회 카탈로그를 건네셨다.


“시간 괜찮으시면 한번 보러 오세요.”


“오, 저 그림 엄청 좋아해요. 전시회도요.”


반가운 마음에 말이 먼저 나왔다.


카탈로그를 펼쳐보니 그림들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님의 프로필을 읽다가 홍익대학교를 졸업하셨다는 이력에서 눈이 멈췄다. 나이도 나와 그리 많이 차이 나 보이지 않았다.


처음 뵀을 때 느꼈던 익숙함이 다시 떠올랐다. 작가님도, 남편분도 어디선가 마주친 듯한 느낌이 있었다.


어쩌면 오래전 같은 거리를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서로를 알지는 못했어도, 어느 골목에서 한 번쯤 스쳤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괜히 반가웠다.


누나와 나는 일을 마친 뒤 전시장을 찾았다.


그런데 그림 앞에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님이 그린 것은 시골 풍경인데, 나는 자꾸 스무몇 살 무렵 좋아하던 홍대의 어딘가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림 속 풍경과는 다른 동네였다. 그런데 그 앞에 서서 느끼는 설렘은 오래전 내가 알던 것이었다. 무엇이든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싶고, 마음에 드는 것을 만나면 한동안 그 앞을 떠나기 싫던 시절의 기분.


처음 그분들이 가게에 들어오셨을 때 느꼈던 반가움도 어쩌면 이런 것이었을까.


나는 두 분을 어디서 뵀는지 기억해내려 했지만, 사실 반가웠던 것은 그분들을 통해 다시 떠오른 내 젊은 날의 어느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덕산에서, 그것도 시골 풍경을 그린 그림 앞에서 오래 전의 홍대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가게에서 국수를 드시던 분의 그림을 보러 가고, 그 그림 앞에서 내가 좋아하던 시간을 다시 떠올렸다. 처음 식사를 내어드릴 때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좋은 이야기가 하나 더 생겨서 행복했던 한 주였다.


이제 그분들이 다시 오시면,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 여쭌 뒤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작가님, 그 그림 앞에서 저는 자꾸 옛날 홍대 생각이 났어요.”


그러면 그 풍경을 어디에서 만나셨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리셨는지도 조금 더 듣고 싶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