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인가

흩어진 뿌리를 하나의 운명으로 만든 힘

by목인 mokin

천년고찰 불국사의 돌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품어, 천 년의 시간을 지켜온 돌계단이었다. 대웅전 앞에 서니 화려함보다 절제의 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모든 것이 과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질서를 이루고 있었다.


불국사는 신라인들이 꿈꾸었던 이상세계를 돌과 나무 위에 구현한 하나의 철학이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생각을 해 본다. 이런 문명을 만든 사람들은 어떤 나라를 꿈꾸었을까.


발걸음은 다시 토함산 정상의 석굴암으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마주한 본존불은 생각보다 훨씬 고요했다.

그 얼굴에는 승리의 환희도, 권력의 위엄도 없었다. 오히려 세상의 모든 번뇌를 내려놓은 듯한 평온함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오랫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돌을 깎아 이런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는 기술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정신세계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었다. 도대체 어떤 나라였기에 이런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을까. 석굴암을 내려오는 길에도 그 질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음 날 나는 다시 경주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천마총에서 출토된 금관과 황금 장신구, 성덕대왕 신종, 그리고 수많은 토기와 불상들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화려한 문화재만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내 눈은 유물이 아니라 그 유물을 만들어 낸 사람들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만들었는가?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다른 것이었다.

어떤 나라였기에 이런 문명을 만들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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