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도 되는 해외여행

함께 떠난 여행이 혼자 떠날 용기를 남겼다.

by박계장

해외여행을 생각하면 가 보고 싶은 곳보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때의 난처함을 먼저 떠올렸다. 숙소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설명할까. 길을 물었는데 대답을 알아듣지 못하면 어쩌나.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낯선 곳에서 겪을 곤란부터 걱정했고, 자유여행은 외국어를 잘하거나 낯선 상황에서도 겁내지 않는 사람들의 몫으로만 여겼다.


지난 4월, 해외정바카라연수팀에 선정되면서 체코와 헝가리를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9월 15일부터 23일까지 7박 9일 일정이었고, 오가는 길에는 오스트리아도 거쳤다. 일행은 나와 친구, 우리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후배 둘까지 모두 네 명이었다. 혼자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겠지만 함께 갈 사람들이 있어 떠날 수 있었다.


준비는 각자 잘하는 일을 나누어 맡기로 했다. 선정심사에 낼 신청서와 귀국 후 제출할 보고서는 내가 맡았다. 후배들은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현지 일정을 짰으며, 차량을 빌리고 운전까지 맡아 주었다. 현지에서도 숙소 체크인이나 길 찾기 같은 일들을 주로 후배들이 챙겨 주다 보니 내가 외국인과 직접 말을 나눌 일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화장실 위치를 묻거나 상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살 때처럼 직접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은 있었다. 막상 해 보니 길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간단한 영어와 손짓만으로도 뜻은 대체로 통했고, 조금 더 정확한 설명이 필요할 때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됐다.


그런 경험이 하나둘 쌓이면서 언어에 대한 두려움도 줄었다. 나는 그동안 문장을 제대로 만들어야 말을 꺼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지에서는 필요한 뜻을 전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일이 많았다.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대로였지만, 그렇다고 말이 통하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외국에 나가려면 어느 정도는 말을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 문턱을 높여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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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며칠 지나자 언어와는 다른 문제도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꼭 가 보고 싶지 않은 곳을 함께 둘러보거나 내키지 않는 음식을 일행과 같이 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다니는 여행이니 어느 정도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일정을 함께하고 숙소에 돌아오면 나는 쉬고 싶었다.


하지만 일행 가운데는 저녁에도 다시 나가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야경을 보러 가거나 술집에서 한잔 더 하자는 것이었다. 멀리까지 왔으니 하나라도 더 보고 즐기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쉽게 다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그날의 나는 이미 충분히 돌아다녔다.


국내에서 잠깐씩 만날 때에는 이런 차이가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만남이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면 됐다. 여행지에서는 낮 일정이 끝난 뒤에도 저녁 시간이 남아 있었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끼리도 피곤해지는 시간과 쉬고 싶은 방식까지 같을 수는 없었다.


며칠을 함께 다니면서 내가 어떤 여행을 좋아하는지도 분명해졌다. 나는 여러 곳을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좀 더 느긋하게 머물고 싶어하는 성향이었다. 오후 한나절쯤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거리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피곤하면 숙소로 돌아와 쉬고, 저녁까지 꼭 일정을 채우지 않아도 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많이 보는 것보다 천천히 보고, 내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편이 나에게 더 잘 맞았다.


그러다 보니 다음에는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했던 언어 문제도 생각만큼 큰 장벽은 아니었다. 간단한 영어로도 의사표현은 가능하였고, 필요하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혼자 떠나는 일이 예전처럼 막연하게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혼자 떠난다면 피곤한 날에는 일찍 숙소로 돌아오고, 더 걷고 싶은 날에는 조금 늦게까지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숙소를 잘못 고르거나 길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내 몫이 된다. 이번 여행에서 다른 사람에게 기대며 덜었던 걱정을 혼자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제는 그런 불편 때문에 혼자 떠나는 일을 처음부터 접고 싶지는 않다.


후배들이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본 것도 도움이 되었다. 숙소를 찾고, 가 볼 곳을 정하고, 이동 방법을 알아보며 하나씩 일정을 만들어 갔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여행 계획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엄두를 낼 수 없는 일도 아니었다. 하나씩 찾아보고 정해 가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처음부터 복잡한 일정을 짜기보다 가고 싶은 곳 하나부터 정해 볼 생각이다. 묵을 곳을 찾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을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필요한 영어도 조금 익혀 둘 것이다. 알아듣지 못하면 다시 물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혼자 떠날 여행의 목적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막상 예약할 때가 되면 또 한참을 망설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번에는 숙소부터 내가 직접 찾아볼 생각이다. 일정표도 직접 써 보되, 저녁 한 칸은 비워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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