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화이트컬러, 나는 블랙컬러

같은 하루를 살아도 손끝에 남는 색은 달랐다

by쉼표JEONGSEON






너는 늘 깔끔했다. 하얀 셔츠에 구김 하나 없고, 바카라상 위도 가지런했다.

회의 시간에는 차분하게 말을 했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딘가 여유가 느껴졌다.

마치 화이트컬러 같았다. 깨끗하고 단정하고, 빛이 잘 어울리는 사람.

반면 나는 블랙컬러에 가까웠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움직이고, 하루가 끝나면 어깨에는 먼지처럼 피로가 내려앉아 있었다.

생각도 많고, 표정도 쉽게 지치고, 괜찮은 척 웃고 돌아서면 혼자 조용히 숨을 고르게 되는 사람.

예전에는 그런 차이가 참 크게 느껴졌다. 왜 나는 저렇게 깔끔하게 살지 못할까. 왜 나는 늘 어딘가 어두운 기분일까.

그런데 어느 날 검은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검은색도 나름의 역할이 있다는 걸.

하얀색이 빛을 드러낸다면, 검은색은 흔적을 감춘다.

하얀색은 눈에 잘 띠지만, 검은색은 오래 남는다. 빛이 사라진 뒤에도 깊은 여운처럼 남아 있는 색.

사람들은 밝은 사람을 좋아하지만, 누군가는 조용히 어둠을 견디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사람들 앞에서 웃음을 만들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루를 버틴다.

나는 아마 그런 사람이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조용히 자기 몫의 하루를 감당하는 사람.

그래서 요즘은 굳이 화이트컬러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블랙컬러만의 분위기도 있으니까.

조용하지만 깊고, 화려하진 않아도 오래 남는 색. 밤하늘을 떠올리게 하고, 별빛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색.

오늘도 나는 검은 밤 같은 하루 끝에서 천천히 숨을 고른다.

너는 화이트컬러 같은 사람이고, 나는 블랙컬러 같은 사람이지만,

어쩌면 우리는 서로 다른 색으로 같은 세상을 버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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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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