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숨이 된다

버티는 날들 속에서, 말 한마디가 막혀 있던 마음에 공기를 넣는다

by쉼표JEONGSEON


살다 보면 숨이 얕아지는 날이 있다.


몸은 멀쩡한데 가슴이 답답하고, 별일 아닌 일에도 마음이 쉽게 무너진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손이 움직이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혼자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날은 대개 피곤해서가 아니라 오래 참아서 그렇다. 사람은 지친다고 바로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오래 말하지 못하면 조금씩 숨이 막힌다.


나는 한때 버티는 사람이 강한 사람인 줄 알았다. 힘든 내색 없이 일하고, 속마음을 감추고, 무거운 표정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이 단단한 줄 알았다. 그래서 괜찮지 않은 날에도 괜찮다고 말했다. 힘들다는 말을 삼켰고, 서운함은 웃음으로 덮었다. 그 침묵이 성숙함이라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참는 것과 견디는 것은 다르다는 걸. 참는 사람은 안으로 무너지고, 견디는 사람은 바깥으로 도움을 찾는다. 숨이 막힐 때 필요한 것은 의지가 아니라 환기였다. 창문을 여는 일처럼, 마음에도 열어야 할 틈이 있었다.


“나 요즘 좀 힘들어.”


“오늘은 괜히 지친다.”


“괜찮은 척했는데 사실은 아니야.”


“잠깐 내 이야기 좀 들어줄래?”


이 짧은 말들은 대단한 해결바카라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문장도 아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을 살린다. 마음속에 오래 갇혀 있던 공기가 빠져나가고, 대신 새로운 숨이 들어온다. 말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지 못해도, 사람이 다시 버틸 수 있게 만든다.


누군가의 한마디에 살아난 날들도 있다. 별것 아닌 문장이 오래 기억될 때가 있다.


“잘하고 있어.”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오늘은 쉬어도 된다.”


“내가 네 편이다.”


세상은 큰 성공과 화려한 위로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일으키는 것은 대개 이런 작은 문장들이다.


짧아서 지나치기 쉽고, 평범해서 가볍게 들리지만, 숨이 가쁜 사람에게는 그 한마디가 산소처럼 닿는다.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각자의 무게를 안고 산다는 걸 알게 된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겨우 버티는 사람이 많다. 웃으며 일하는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는 사람도, 집으로 돌아가 문을 닫은 뒤에는 깊은 한숨을 쉬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말은 더 조심해야 한다. 날카로운 말은 생각보다 깊이 박히고, 따뜻한 말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완벽한 조언을 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숨이 되는 말을 하려 한다. 해결바카라보다 숨 쉴 틈을 먼저 건네려 한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


“오늘 하루만 넘기자.”


“네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삶은 종종 우리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다. 그러나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도 다시 일어선다. 누군가 건넨 한마디 덕분에, 스스로에게 건넨 작은 다짐 덕분에, 다시 한번 숨을 깊게 들이마시기 때문에.


혹시 오늘 당신도 이유 없이 답답하고, 괜히 지치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면 너무 오래 혼자 있지 말자. 짧게라도 말해 보자. 잘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 울음이 섞여도 괜찮다. 횡설수설해도 괜찮다. 말은 완벽해서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꺼내졌기 때문에 힘이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지치고,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


그리고 삶의 많은 순간은, 결국 한마디 말로 다시 숨을 쉰다.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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