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두피질같은 어른
최근 들어 우리 부부는 예전보다 좀 더 알콩달콩해졌다. 남편은 가끔이지만 아침식사로 토스트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과일도 깎아서 바카라을 읽고 있는 나에게 슬쩍 가져다준다. 신혼 초에 가끔씩 설거지를 해 주긴 했지만, 남편이 부엌에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이들 키울 때는 어림도 없었던 일들이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가끔씩이라도 이런 노력을 해 주니 기분은 꽤 좋다.
사실 평생 고분고분하던 내가 갱년기를 핑계로 반기를 들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쭉 기를 펴고 살던 남편의 고집이 한풀 꺾인 듯했다. 조선시대 선비 같은 사람이었던 남편의 변화는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이렇게 나이 들어가면서 서로 보살펴주고 챙겨주면 우리 부부의 노후도 제법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잘하다가도 순간순간 서로의 옛날 성격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몇 가지 일에 한해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고집을 부린다. 그럴 때면 내 앞에 커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결국은 그 벽을 넘지 못하고 투덜투덜 원망만 하다 “사람 참 안 변해.”라는 생각으로 대화의 마무리하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참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의 나와 대학 다닐 때의 내가 달랐고, 결혼한 후의 내가 달랐다. 온라인 게임 생활하면서 달라졌고, 아이들을 키우며 달라졌다. 나이가 든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을 때가 많다.
나의 변화가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어느 쪽으로든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남편 또한 마찬가지이다. 예전에 비해 달라진 모습들이 보인다. 그런데 왜 포기할 수 없는 생각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걸까. 우리는 서로의 고집을 내려놓지 못하고 티격태격할 때마다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아.'라고 서로를 단정 짓는다.
우리는 정말 변할 수 없는 걸까?
카일 아이들먼의 <그리스도인의 생각사용법>이라는 바카라에서 생각이 삶을 형성하는 여러 가지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길이 막혀 데이트에 늦게 되어서 짜증이 났다면 그것은 우리 뇌의 변연계의 편도체가 반응한 것이다. 이 편도체는 우리의 감정적, 행동적 반응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생각을 바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전전두피질이 개입한다. 이는 의도적이고 고차원적인 사고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이런 구조로 창조하였다.
이 바카라을 읽으면서 나는 약간의 희망이 생겼다. 우리 뇌에 전전두피질이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절대 사람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진짜 변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의도적이고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뇌는 의식적으로 생각을 바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긍정적인 생각은 의도적인 노력이어야 하고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우리 뇌가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희망적이다. 사실 늘 부정적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속이 답답하고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 뇌를 그렇게 놀랍게 만드셨다. 물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변화의 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의도적으로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이 선물을 전적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영적 어른은 전전두피질같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긍정적인 개입이 많은 사람이다. 평소에 말씀으로 훈련되고, 그 말씀을 삶에 적용하면서 전전두피질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사람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하신다.
어린아이들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에게 맞춰주길 원한다. 자신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영적어른은 자신의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생각들을 심어주고 변화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다.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절대 안 변해. 나는 의지가 약해. 내 어릴 적 경험과 상처 때문에 쉽지 않아.”라는 변명으로 변화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나는 남편의 변화만을 기대하고 있으면서 나 자신에게는 정작 변화의 영양분이 될 긍정적인 생각들을 심어주지 못했다. 생각이라는 것은 우리의 감정과 행동과 관계를 규정짓는다. 나는 그런 성숙한 생각을 하는 어른이 되지 못하면서 남편만 어른이 되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내가 변하지 않는 한 내 주변사람들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어제와 오늘의 내가 다르고 내일의 내가 다르기를 바란다. 나의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 더 성숙해져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