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간 미나는 처음으로 숨이 편안해 보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시간표를 정하고, 가야 할 곳과 쉬어도 되는 시간을 자기 판단으로 구분해나갔습니다. 그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대학은 미나에게 특정한 속도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건네주었습니다.
수업을 듣고, 때로는 미루고, 다시 듣는 일. 친구들과 어울리고, 때로는 혼자 남아 쉬어도 되는 일.
그 모든 크고 작은 선택들이 미나의 하루를 조금씩, 그러나 단단하게 채워갔습니다.
강의실에서 미나는 화려하게 나서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자기만의 리듬으로 꾸준히, 성실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학생이었습니다.
첫 학기, 미나는 조별 과제에서 발표를 맡지 않고 대신 자료 조사와 정리를 도맡았습니다.
발표가 끝난 뒤 조원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네가 정리해준 자료 덕분에 발표가 훨씬 수월했어. 고마워."
그날 저녁 미나가 그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줄 때, 목소리에 자부심이 살짝 묻어났습니다.
나는 그 작은 뿌듯함이 참 반가웠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아이는 늘 이런 공간을 필요로 했다는 것을요.
충분히 기다려주는 곳, 비교의 잣대가 느슨한 곳, 혼자 있어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곳.
대학에서도 미나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친구를 만들어갔습니다.
많지는 않았지만,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한 관계였습니다.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 각자의 속도를 존중해주는 사람들.
그건 슬롯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미나가 이제는 자기에게 맞는 관계를 스스로 골라낼 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과제는 쉽지 않았지만 끝까지 해낼 수 있었고, 시험은 긴장되었지만 피하지 않고 마주했습니다.
미나는 자기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래서 무리하게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기 페이스대로, 꾸준하고 성실하게 학기를 채워나갔습니다.
방학이 되면 미나는 다음 학기 계획을 미리 세우며 나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이번엔 이 과목 미리 좀 예습해두려고."
그 계획적인 모습이 나에게는 새삼스럽게 대견했습니다.
그 모든 모습이 곧 성장이었습니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가 대학을 다닌다는 건, 이제는 그리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은 많은 아이들이 그렇게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만이, 이 평범함이 품고 있는 깊은 무게를 압니다.
미나는 보통의 속도로 살아도 괜찮다는 걸 대학에서 배웠고,
나는 그 사실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그러나 크게 축하했습니다.
대학은 미나에게 목표 지점이 아니라,
슬롯로 나가기 전에 자기만의 리듬으로 살아보는 소중한 연습의 장소였습니다.
미나는 그 연습을 하루하루 성실하게 해나가고 있었고, 나는 이제 더 이상 앞장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도착 중이었지만,
이제는 그 도착을 조바심 내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지점에 함께 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