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 '다정한 신뢰, 다정한 동행'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은 삼나무의 마르고 갈라진 틈 사이로 비가 스며든다. 오랜 세월을 견뎌내느라 메마르고 거칠어진 나무의 틈새마다 빗물이 고이면, 거칠어진 틈은 수분으로 메워지고, 남은 수분은 땅으로 내려 숲의 낮은 자리까지 채운다. 숲에서 가장 낮은 대지 안에도 숲을 이루는 숨이 머무르고 있다. 언젠가는 스러지는 것들을 품어내고, 언젠가는 피어나는 것들을 세워줄, 숲의 가장 낮은 자리는 숲의 어머니이자 많은 것들의 시작과 끝이다.
피어나고 자라나 이곳에 머물고 있는 생명들은, 숲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수많은 계절이 품어낸 비바람을 함께 맞으면서 서로를 의지했다. 서로에게 기대어 온 시간 속에서 뿌리내린 신뢰는 묵묵하고 다정한 동행이 되어 지금의 사려니 숲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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