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는 어떻게 관계의 변화를 보여 주는가

로맨스 작법 심화 ⑨

by추설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도 사랑을 드러내는 방법



로맨스를 쓰다 보면 대사에 욕심이 생깁니다.

독자가 오래 기억할 만한 말.

한 줄만 읽어도 설레는 문장.

인물의 마음을 정확히 보여 주는 고백.

물론 좋은 대사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로맨스에서 대사의 역할은 멋있는 문장을 만드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지금 얼마나 가까운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누가 먼저 관계의 선을 넘었는지.

같은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지.

이런 변화를 대사 안에 담아야 합니다.

좋은 로맨스의 대사는 감정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관계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대사는 정보보다 관계를 전달한다


대사를 쓸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전달하려는 정보가 아닙니다.

이 말을 누구에게 하는가입니다.

같은 내용도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는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가족에게는 괜찮은 척합니다.

온라인 게임 동료에게는 필요한 말만 건넵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평소보다 더 무심한 척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같은 목소리로 말하지 않습니다.

관계마다 허용되는 말의 범위가 다르고, 숨기는 감정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대사는 인물의 성격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상대를 어떤 위치에 두고 있는지도 함께 드러냅니다.

누구에게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는 변명합니다.

누구에게는 묻지 못하고, 누구에게는 답을 재촉합니다.

이 차이를 살리면 별다른 감정 설명 없이도 관계가 보입니다.


로맨스의 대사는 말보다 의도에서 시작된다


인물은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입 밖에 내지 않습니다.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늦었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지 마”라는 마음을 숨긴 채 “내일 일정은?”이라고 묻기도 합니다.

“걱정했어”를 인정하기 싫어서 “연락은 왜 안 받아?”라고 화를 냅니다.

이때 표면에 있는 말과 실제 의도가 다릅니다.

바로 이 차이가 서브텍스트를 만듭니다.

로맨스에서 대사를 쓸 때는 먼저 두 줄을 따로 적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인물이 실제로 원하는 것.

입 밖으로 내는 말.

두 문장이 완전히 같다면 대사는 지나치게 직접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대사를 숨겨서 쓸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결정적인 순간에는 직접 말해야 합니다.

다만 관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초반과 중반에는 감정과 표현 사이에 간격이 있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사람은 확신하기 전까지 말을 돌립니다.

거절당할까 두렵고, 먼저 약해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칭은 관계의 단계를 가장 빠르게 보여 준다


호칭은 작은 요소처럼 보이지만 관계의 변화를 매우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처음에는 성과 직함으로 부릅니다.

조금 가까워지면 이름을 부릅니다.

둘만 쓰는 별명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다툰 뒤 다시 정식 호칭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 변화는 설명보다 강합니다.

평소에는 이름을 부르던 사람이 갑자기 성까지 붙여 부르면 거리가 생겼다는 사실이 바로 느껴집니다.

늘 존댓말을 쓰던 인물이 순간적으로 반말을 한다면 감정이 통제를 넘어섰음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호칭은 단순히 친밀도의 표시가 아닙니다.

누가 관계의 변화를 먼저 받아들였는지도 드러냅니다.

한 사람은 이미 이름으로 부르는데 다른 사람은 여전히 직함을 고집할 수 있습니다.

둘 사이의 감정 속도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런 비대칭이 있으면 작은 대화에도 긴장이 생깁니다.


존댓말과 반말은 감정보다 권한을 보여 준다


존댓말은 거리감, 반말은 친밀감이라고 단순하게 나누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복잡합니다.

존댓말을 쓰면서도 매우 다정할 수 있습니다.

반말을 하면서도 상대를 함부로 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말투가 관계에서 어떤 권한을 보여 주는가입니다.

한 사람이 반말을 시작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들어가겠다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존댓말로 돌아가는 것은 관계의 선을 다시 긋는 행동이 됩니다.

특히 원래 반말을 쓰던 두 사람이 갈등 뒤 존댓말을 사용하면 감정의 온도는 빠르게 낮아집니다.

“알았어”와 “알겠습니다”는 같은 뜻이 아닙니다.

문법적으로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관계의 위치가 달라졌습니다.

말투 변화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앞뒤 맥락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반말을 썼다가 갑자기 존댓말을 사용한다면 독자는 그 변화의 이유를 느껴야 합니다.

상처받았는지.

화를 참고 있는지.

일부러 상대를 밀어내려는지.

말투는 감정을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관계를 통제하려는 행동입니다.


질문은 관심과 통제 사이에 있다


로맨스에서 질문은 매우 유용합니다.

무엇을 먹었는지.

오늘 몇 시에 끝나는지.

어디가 아픈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겉으로는 사소한 질문이지만 관계의 상태를 보여 줍니다.

상대의 하루를 알고 싶어서 묻는지.

자신이 안심하기 위해 확인하는지.

혹은 대화를 끝내지 않으려고 아무 말이나 꺼내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초반에는 필요한 질문만 합니다.

업무 일정, 약속 장소, 전달할 내용처럼 목적이 분명합니다.

관계가 가까워지면 질문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개인적인 취향을 묻고, 과거를 궁금해하며, 오늘 기분은 어땠는지 확인합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답을 이미 알면서도 묻습니다.

대답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질문이 통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왜 연락하지 않았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왜 자신에게 먼저 말하지 않았는지.

관심에서 시작된 질문이 상대의 선택권을 빼앗기 시작하면 갈등이 생깁니다.

좋은 대사는 질문의 내용보다 그 질문을 할 자격이 두 사람 사이에 만들어졌는지를 보여 줍니다.


대답하지 않는 방식도 인물마다 달라야 한다


사람은 불편한 질문을 받았을 때 모두 같은 방식으로 피하지 않습니다.

농담으로 넘깁니다.

다른 질문으로 돌려줍니다.

상대가 묻지 않은 부분만 정확하게 대답할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화를 내거나,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해 오히려 거짓말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이 회피 방식은 인물의 성격과 과거를 보여 줍니다.

갈등을 피하는 사람은 짧게 대답하고 자리를 떠날 수 있습니다.

통제권을 잃기 싫어하는 사람은 오히려 상대를 추궁합니다.

솔직하고 싶지만 두려운 사람은 말하려다 멈추는 모습을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회피가 단순히 정보를 숨기기 위한 작가의 편의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물이 왜 지금 이 말을 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하면 잃을 것이 있는지.

자신조차 아직 인정하지 못한 사실인지.

상대가 그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믿는지.

이유가 분명할수록 침묵은 답답함이 아니라 긴장으로 작동합니다.


같은 대사는 관계가 달라지면 다른 의미를 갖는다


좋은 로맨스에서는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심히 가.”

처음에는 예의일 수 있습니다.

조금 가까워진 뒤에는 걱정이 됩니다.

다툰 뒤에는 더 붙잡지 않겠다는 체념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함께 돌아갈 수 없다는 이별의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장은 같지만 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에 의미도 달라집니다.

이런 반복은 작품의 감정선을 단단하게 묶어 줍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지나쳤던 말이 나중에는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독자는 같은 말을 듣는 순간 이전 장면까지 함께 떠올립니다.

대사를 반복할 때는 단어만 같게 두고 상황과 반응을 바꾸는 편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에는 웃으며 받아칩니다.

마지막에는 그 말을 듣고 돌아서지 못합니다.

대사의 의미는 문장 자체보다 그 말을 듣는 인물의 반응에서 완성됩니다.


감정을 직접 말하는 대사는 늦을수록 강하다


로맨스 초반부터 인물들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설명하면 관계는 빠르게 이해됩니다.

하지만 독자가 발견할 것이 줄어듭니다.

“네가 자꾸 신경 쓰여.”

“나는 네가 좋아진 것 같아.”

이런 대사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말을 하기 전에 독자가 이미 같은 사실을 느끼고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상대의 일정을 기억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떠난 뒤에도 계속 그 사람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이런 행동이 쌓인 뒤 감정을 직접 말하면 대사는 설명이 아니라 인정이 됩니다.

독자는 새 정보를 듣는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사실을 인물이 마침내 받아들이는 순간을 보게 됩니다.

직접적인 대사가 강해지려면 그전까지 충분히 돌려 말해야 합니다.

침묵하고, 부정하고, 다른 이유를 붙입니다.

더는 피할 수 없는 순간에 비로소 정확한 말을 선택합니다.

그 한 문장이 무거운 이유는 문장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 말을 하기까지 오래 걸렸기 때문입니다.


고백은 사랑을 설명하는 장면이 아니다


고백 장면에서 인물이 자신의 감정을 길게 설명하기 쉽습니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얼마나 오래 고민했는지.

모든 내용을 담으려 하면 고백은 감정의 폭발보다 보고서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좋은 고백은 감정의 양보다 선택을 보여 줍니다.

지금 이 말을 하면 관계가 달라집니다.

거절당할 수도 있고, 지금까지 유지해 온 안전한 거리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말하는 것이 고백입니다.

따라서 고백 대사에는 인물의 핵심 변화가 담겨야 합니다.

늘 먼저 떠났던 사람이라면 남겠다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숨기던 사람이라면 처음으로 정확하게 원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상대를 지킨다는 이유로 혼자 결정하던 사람은 이제 선택권을 상대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좋아해”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을 통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받아들이는가입니다.

고백은 사랑의 설명이 아니라 관계의 주도권을 함께 나누는 장면이어야 합니다.


거절 대사에도 감정이 남아 있어야 한다


로맨스에서 거절은 관계를 끝내는 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좋아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지금의 자신으로는 관계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먼저 지켜야 할 수도 있겠지요.

이때 거절 대사가 지나치게 단호하면 이후 감정선과 연결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여지를 너무 많이 남기면 상대를 붙잡아 두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좋은 거절은 현재 선택은 분명하게 하되 감정까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좋아하지 않아”라고 거짓말하기보다 “좋아하지만 지금은 함께할 수 없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물의 성격상 거짓말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거짓말은 나중에 반드시 대가를 남겨야 합니다.

상대는 실제로 마음이 없다고 믿고 떠납니다.

거짓말한 사람은 자신의 선택 때문에 관계를 잃었다는 사실을 감당해야 합니다.

대사는 순간을 넘기기 위한 편리한 수단이 아닙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이후 관계에 흔적으로 남아야 합니다.


다툼 장면에서는 논점보다 상처가 드러난다


실제 싸움에서도 사람은 지금 벌어진 일만 두고 다투지 않습니다.

늦은 연락 하나 때문에 화를 냈지만, 그 밑에는 자신이 중요하지 않다는 오래된 불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약속을 어긴 일을 지적하지만 사실은 또 버려질까 두려운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로맨스의 다툼 대사는 표면의 논점과 실제 상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왜 연락을 안 했어?”

표면적으로는 연락 문제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는 네가 없어도 되는 사람이야?”라는 질문일 수 있습니다.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겉으로는 무관심한 말입니다.

실제로는 자신이 관여할 자격이 없다는 두려움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좋은 다툼 장면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논점을 말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은 사건을 설명하려 합니다.

다른 사람은 그 사건으로 느낀 감정을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둘 다 말하고 있지만 대화는 어긋납니다.

이때 단순히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서로가 무엇을 묻고 있는데 상대가 무엇으로 답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싸울수록 더 정확한 말을 고르게 된다.


관계가 얕을 때는 상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말로 상처를 줍니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관계가 깊어지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서로의 약한 부분을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말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부끄러워하는지.

어떤 상처를 아직도 숨기고 있는지 압니다.

그래서 정말 화가 난 순간 가장 아픈 말을 정확히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사는 강하지만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감정이 격해졌다고 돌이킬 수 없는 폭언을 쉽게 사용하면 이후 화해가 납득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처를 정확히 건드리되, 인물이 가진 윤리와 관계의 한계를 넘어서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선을 넘었다면 사과 한마디로 끝낼 수 없습니다.

상대가 다시 믿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말한 사람 역시 자신의 잔인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툼 대사는 갈등을 크게 만드는 도구가 아닙니다.

두 사람이 사랑하면서도 상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사과는 이유를 설명하는 말과 다르다


갈등 뒤 사과 장면에서 인물은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설명하려 합니다.

걱정해서 그랬습니다.

상대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자신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모두 사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를 설명하는 것과 바카라임을 인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널 지키려고 숨겼어”라는 말에는 여전히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려는 태도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좋은 사과는 자신의 의도보다 상대가 받은 결과를 먼저 봅니다.

지키려고 했지만 네 선택을 빼앗았다는 것.

두려웠지만 그 두려움을 네가 감당하게 만들었다는 것.

사랑했지만 사랑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과 대사는 길지 않아도 됩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만 보여 주면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후 행동입니다.

사과한 뒤 같은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해야 비로소 대사가 완성됩니다.


침묵은 빈칸이 아니라 선택이다


대사가 없는 순간도 대화의 일부입니다.

말할 수 있는데 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립니다.

자신의 감정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더는 설명하지 않겠다는 거절일 수도 있습니다.

침묵의 의미는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초반의 침묵은 어색함입니다.

가까워진 뒤의 침묵은 편안함이 될 수 있습니다.

갈등 뒤 같은 침묵은 거리와 불신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로맨스에서는 침묵의 질감도 변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서둘러 대화를 채웁니다.

관계가 깊어진 뒤에는 아무 말 없이 함께 있어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갈등이 생기면 익숙했던 침묵이 다시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됩니다.

대사가 없다는 이유로 장면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시선을 피하는지.

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지.

말하지 못한 문장을 행동으로 어떻게 대신하는지 보여 주어야 합니다.


대화에는 주도권의 이동이 있어야 한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누가 질문하고 누가 답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사람만 계속 질문하고 다른 사람은 방어할 수 있습니다.

한쪽이 대화를 끝내려 하고 다른 쪽은 계속 붙잡을 수도 있습니다.

말이 많은 사람이 반드시 주도권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짧은 대답으로 상대를 흔드는 인물이 더 강한 위치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관계가 변하면 대화의 주도권도 달라져야 합니다.

초반에는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질문합니다.

다른 사람은 필요한 말만 합니다.

조금 가까워지면 말이 없던 사람이 먼저 개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갈등 뒤에는 늘 붙잡던 사람이 더 이상 묻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침묵이 오히려 상대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대화 장면을 쓸 때는 시작과 끝에서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대화가 끝난 뒤 누가 더 많은 정보를 얻었는지.

누가 더 크게 흔들렸는지.

누가 말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는지도 중요합니다.

좋은 대화는 정보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힘이 이동하는 장면입니다.


인물마다 문장의 길이와 리듬이 달라야 한다


모든 인물이 비슷한 길이와 어휘로 말하면 대사만 읽고는 누가 말하는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한 사람은 짧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결론을 늦게 꺼내며 주변 설명부터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불안하면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 있고, 감정이 클수록 오히려 단어가 줄어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장의 길이만 다른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비유를 자주 쓰는지.

상대의 말을 되묻는지.

사과부터 하는지, 변명부터 하는지.

질문에 바로 답하는지.

이런 습관이 인물마다 달라야 합니다.

또한 같은 인물도 상대에 따라 말투가 바뀝니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단정하게 말하지만 연인 앞에서는 문장을 끝맺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가족 앞에서는 공격적이지만 친구에게는 솔직할 수 있습니다.

대사는 인물의 고정된 말버릇과 관계에 따른 변화를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대사의 변화는 감정선보다 조금 늦게 따라온다


마음이 달라졌다고 말투가 곧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좋아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심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믿기 시작했지만 오래된 습관 때문에 도움을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감정은 먼저 변하고 대사는 조금 늦게 따라옵니다.

이 시간차를 활용하면 관계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처음에는 말과 행동이 같습니다.

관심이 없기 때문에 짧게 말하고 바로 떠납니다.

감정이 시작되면 말과 행동이 어긋납니다.

돌아가라고 말하면서도 상대가 무사히 떠나는지 끝까지 지켜봅니다.

관계가 깊어지면 대사도 조금씩 솔직해집니다.

“알아서 해”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로 바뀝니다.

마지막에는 처음 하지 못했던 말을 정확히 선택합니다.

감정선이 완성되는 순간은 인물이 마음을 느끼는 때가 아니라, 그 마음에 맞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일 수도 있습니다.


결말에서는 처음의 대사를 다시 확인한다


첫 만남에서 나눈 말은 결말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시는 볼 일 없겠네요”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에는 같은 말을 농담처럼 꺼낼 수 있습니다.

혹은 처음 상대가 했던 말을 이번에는 주인공이 대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반복은 인물의 변화를 압축해서 보여 줍니다.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이 건넨 말이 마지막에는 두 사람만 아는 약속이 됩니다.

다만 같은 문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누가 말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말하는지.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달라져야 합니다.

첫 장면에서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는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손을 잡습니다.

대사는 같지만 관계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보입니다.

좋은 결말의 대사는 새로운 명언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나온 말에 새로운 의미를 돌려주는 일에 가깝습니다.


대사를 설계할 때 확인할 것


이 대사는 누구에게 하는 말이며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가.

인물이 실제로 원하는 것과 입 밖으로 내는 말 사이에 차이가 있는가.

호칭과 존댓말, 반말의 변화가 관계의 단계와 연결되어 있는가.

질문이 관심인지 확인인지 통제인지 구분되어 있는가.

회피와 침묵이 인물의 성격과 두려움에서 나오는가.

같은 대사를 반복할 때 상황과 반응을 바꾸고 있는가.

직접적인 감정 표현 전에 충분한 행동과 선택이 쌓였는가.

다툼에서 표면의 논점과 실제 상처가 구분되어 있는가.

사과가 행동의 이유만 설명하고 있지는 않은가.

대화가 끝난 뒤 정보와 감정, 주도권 가운데 하나라도 달라지는가.

인물마다 문장 길이와 단어 선택, 회피 방식이 다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대사는 단순히 장면을 채우는 말이 아닙니다.

관계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과정을 독자가 직접 들을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됩니다.


오늘의 연습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씩 적어 봅니다.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를 믿어 줬으면 좋겠어.”

이제 그 말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대화를 만들어 봅니다.

한 사람은 떠나는 날짜를 묻습니다.

다른 사람은 돌아올 시간을 대답합니다.

두 사람 모두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끝까지 꺼내지 않습니다.

그다음 같은 대화를 관계의 세 단계로 다시 써 봅니다.

아직 어색한 초반.

감정을 숨기고 있는 중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반.

내용은 비슷하게 유지하되 호칭, 질문의 범위, 문장의 길이와 침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봅니다.

이제 다툼 장면 하나를 고릅니다.

표면적으로 싸우는 문제와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을 각각 한 줄로 적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질문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세요.

한쪽은 사실을 설명하고 있고, 다른 쪽은 자신이 중요한 사람인지 묻고 있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첫 만남의 대사 하나를 고릅니다.

같은 말을 결말에서 다시 사용하되 말하는 사람이나 반응을 바꿔 봅니다.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던 문장이 마지막에는 두 사람의 변화를 모두 담고 있어야 합니다.

좋은 로맨스의 대사는 사랑을 계속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랑 때문에 달라진 말의 모양을 보여 줍니다.

처음에는 이름조차 부르지 못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가장 다급하게 그 이름을 외칩니다.

늘 괜찮다고 말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괜찮지 않다고 털어놓습니다.

붙잡고 싶으면서도 돌아가라고 말하던 사람은 마지막에 비로소 남아 달라고 말합니다.

독자는 그 한마디만 듣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말을 하기까지 두 사람이 지나온 모든 침묵을 함께 듣게 됩니다.


writer: 추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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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jpg출간 로맨스도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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