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200만 원의 무게를 모른다

돈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은 아이들을 준비되지 않은 어른으로 만든다.

byM ent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100만 원이면 큰돈일까?”

누군가는 엄청나게 큰돈이라고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그 정도는 별로 큰돈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200만 원은 어떨까? 1,000만 원은? 1억 원은?

아이들은 숫자의 크기는 안다. 100만 원보다 1,000만 원이 크고, 1,000만 원보다 1억 원이 크다는 사실도 안다.

그런데 그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은 편의점이나 다이소에서 물건을 사봤을 뿐이다.

아빠 엄마가 얼마를 벌고 생활비가 얼마인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자가인지 전세인지 월세인지 관리비가 얼마인지

누군가 알려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돈을 좋아하면 나쁜 사람일까?

어릴 적 읽었던 이야기 속 부자는 종종 욕심쟁이였다.

대표적으로 스크루지 영감이 있다.

돈을 지나치게 사랑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색하며, 자신의 재산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물론 스크루지 이야기가 비판하는 것은 부유함 자체가 아니라 돈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인색함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 둘이 쉽게 구분되지 않을 수 있다.

부자는 욕심이 많다.

돈을 밝히는 사람은 나쁘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

마지막 말은 틀리지 않다.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나는 의문이 든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는 이유로, 돈 자체를 부정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란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온라인 게임을 얻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 이유가 오직 돈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바람 속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아니 일론 머스크처럼 매우 매우 부유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우리는 아이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돈을 좋아하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말에는 부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물론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과 부도덕한 행동은 전혀 다른 문제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반드시 좋은 사람인 것도 아니지만,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혐오가 아니다.

돈을 하나의 현실적인 도구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200만 원을 벌기 위해 얼마나 일해야 할까?

요즘 아이들은 큰돈을 접할 기회가 많다.

유튜브를 켜면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가 등장하고, 수억 원짜리 아파트가 소개된다.

누군가는 주식으로 몇천만 원을 벌었다고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코인으로 몇억 원을 벌었다고 자랑한다.

물론 모든 영상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면 속에서 수천만 원과 수억 원이라는 숫자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그 돈이 실제로 얼마나 큰돈인지 실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이들에게 200만 원이라는 돈을 설명한다고 생각해 보자.(실제 해본 수업)

단순히 200만 원이 크다고 말하는 것보다 이렇게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서 200만 원을 벌었다고 생각해 보자.”

"1년이면 2400만 원을 벌 수 있어. 그렇다면 너희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사려면 얼마나 일해야 할까?"

“그런데 과연, 그 돈을 전부 저축할 수 있을까?”

집에서 생활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밥을 먹어야 하고, 전기와 물을 사용해야 하며, 교통비와 통신비도 내야 한다.

집을 빌려 살고 있다면 월세도 필요하다.

그렇게 생활비를 쓰고 남은 돈이 비로소 저축할 수 있는 돈이다.

만약 매달 50만 원씩 저축할 수 있다면 어떨까?

1,000만 원을 모으는 데 20개월이 걸린다.

1억 원을 모으려면 200개월, 무려 16년 8개월이 필요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챗gpt)은 16억이니 200x16=3200개월, 약 266년이 필요하다.

이는 조선후기부터 저축해야 가능한 금액이다.


물론 이 계산은 이자나 투자수익, 물가 변화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예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돈의 크기를 이해시키기에는 충분히 의미 있는 계산이다.

1억 원이라는 숫자를 아는 것과 1억 원을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아는 것, 그리고 1억 원을 이해하는 의미는 다르다.

아파트 가격이 16억 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과 그 아파트를 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아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도 다르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현실적인 숫자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인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버는지.

월급을 그대로 받는 게 아니라, 세금과 보험료가 빠지고 그리고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이 어느 정도인지

그 돈으로 생활하고 저축하면 얼마를 모을 수 있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의 아파트는 얼마인지.

그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이런 질문을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다.

돈은 교과서 속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돈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돈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도 경제를 배운다.

생산과 소비, 시장과 가격, 합리적인 선택과 같은 개념을 배운다.

이러한 개념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실제 삶에서 마주할 경제 문제와 연결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있다.

아이들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배우지만, 월급 250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 방법은 배우지 못할 수 있다.

기업과 주식회사의 개념은 배우지만, 주식을 산다는 것이 무엇을 소유하는 일인지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은행과 저축의 필요성은 배우지만, 이자와 대출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체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경제를 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경제에 관한 정보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주식, 코인, 부동산, 레버리지, 대출.

과거에는 어른이 되어야 관심을 갖던 단어들이 이제는 유튜브를 통해 아이들에게도 익숙하게 들린다.

문제는 익숙하게 듣는 것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쉽게 접하지만, 주식이 왜 오르고 내리는지는 모를 수 있다.

코인으로 수억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듣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했는지는 알지 못할 수 있다.

특히 빚을 내거나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방법을 수익 사례만으로 접한다면, 손실이 발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도 있다.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도박은 아니다.

기업의 가치와 자산의 특성을 이해하고 위험을 관리하며 투자하는 것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돈을 거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그 차이를 가르쳐야 한다.

돈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아이들이 돈과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돈에 관한 수많은 정보와 마주하게 된다.

나는 그것이 더 걱정스럽다.


돈을 가르치는 것은 부자가 되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초등학생에게 주식 종목을 추천하거나 부동산 투자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이 있다.

돈은 어떻게 벌리는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살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축은 왜 해야 하는가.

돈을 빌리면 왜 이자를 내야 하는가.

투자로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이런 질문들이다.

아이들과 함께 마트에 가서 물건의 가격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용돈으로 사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 몇 주를 모아야 하는지 계산해 볼 수도 있다.

부모가 하는 일을 통해 노동과 소득의 관계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조금 더 성장했다면 월급과 세금, 주택 가격, 주식과 기업의 관계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이의 나이와 이해 수준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른이 된 뒤에야 돈을 처음 배우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친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수학을 가르친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슬롯도 가르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돈에 대한 교육도 마찬가지 아닐까?

돈을 벌고, 쓰고, 모으고, 빌리고, 투자하는 일은 성인이 된 아이들이 반드시 마주하게 될 문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중요한 문제를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스스로 부딪히며 배우도록 맡겨두는 경우가 많다.

나는 경제교육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돈의 가치를 이해하고, 자신의 형편에 맞게 선택하며, 위험을 판단하고, 타인의 노동과 재산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이어야 한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돈을 모른 채 살아가기에는 우리의 삶이 돈과 너무 깊이 연결되어 있다.

아이들이 부자가 되면 좋겠지만 꼭 될 필요는 없다.

다만 부자를 무조건 부러워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 수억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번 200만 원이 얼마나 소중한 돈인지 이해하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돈의 가치를 아는 아이가 돈에 휘둘리지 않는 어른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그러니 이제는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이야기해 주자.

돈을 밝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제대로 아는 어른으로 키우기 위해서.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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