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왜 '최선'보다 '대충'을 먼저 말할까?

실패를 두려워하는 아이, 그 마음속에 숨겨진 완벽주의의 그림자

byM ent

활동이나 과제를 내주면 남들보다 유독 빨리 끝내는 아이들이 있다. 주변 아이들이 "벌써 다 했어?"라며 놀라워하면,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대꾸한다.


"아, 나 대충 했어."


이 '대충 했다'라는 말 안에는 묘한 뜻이 숨겨져 있다. 진짜로 성의가 없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해 만들어낸 방어 기제다.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봐, 혹은 누군가에게 비난받거나 평가받을까 봐 미리 '나는 힘을 다하지 않았다'는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결과만 보고 평가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얻어 칭찬받을까'에만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얻은 배움이나 즐거움은 사라지고, 오직 평가만이 남는다. 결국 아이는 과정과 결과를 하나로 생각하지 않고 결과가 나쁠 경우 그 바카라임을 과정으로 돌리는 인과관계를 만들게 된다.


"내가 진짜로 열심히 하면 너보다 잘해. 하지만 내가 지금 못한 건, 내가 대충 했기 때문이야."


이런 현실도피가 습관이 되면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내가 진짜로 했으면 이 정도는 껌이야. 그런데 수준이 안 맞아서 대충 해서 못 보여줬네"라며 자신의 수준과 맞지 않다는 변명을 한다.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 진짜 도전해야 할 순간에는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변명뿐인 '회피형 완벽주의자'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첫째, 결과물만 보고 하는 칭찬은 그만. 결과를 칭찬하는 것은 아이에게 성공이라는 보상을 주는 행위이지만, 과정을 칭찬하는 것은 아이에게 성장이라는 근육을 키워주는 행위다. 그림을 잘 그렸을 때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어떤 것을 그릴지, 무슨 색으로 할지, 어떤 재료를 쓸지 등 그 모든 고민과 결정의 시간 자체를 함께 칭찬해 주자.


둘째, 최선의 정의를 다시 세워주자. 사람마다 재능은 다르다. 아무리 노력해도 축구를 못 할 수 있고, 아무리 애써도 수학에서 50점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 과정 자체로 이미 성공이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들인 노력은 아이의 내면에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자.

"네가 한 결과물이 너의 전부를 말해주는 건 아니야. 가장 중요한 건 네가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느냐는 거야.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도 괜찮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결과보다 더 빛나는 건, 네가 그 일을 해내기 위해 고민했던 네 마음과 시간들이야."


대충이라는 방패를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줄 때, 아이는 비로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장애물에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결과라는 좁은 한 가지 길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넓고 여러 선택의 길을 걸어갈 때 아이들은 비로소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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