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밥벌이>를 시작하며

20대의 나는 늘 불안했고, 깊이 방황했다. 학부와 대학원을 거치며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길을 걸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답답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학교에서는 더 깊은 예술을 하라고 했지만, 나는 예술가가 졸업 후 밥벌이 하는 법이 뭔지가 항상 더 궁금했고 막막했다. 남들처럼 무작정 공부를 더 하거나 무모하게 유학을 떠나는 것이 나에게는 바람직한 해답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남들과 다른 길, 학교 틀 밖의 길을 가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내 주변에는 예술 전공자로 슬롯에 나와 어떻게 생존하고 밥벌이를 해야 하는지 솔직하게 길을 보여주거나 조언해주는 어른이 아무도 없었다. 결국 나는 20대 중반에 맨땅에 헤딩하듯 필드에 뛰어들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만의 판을 짰고, 온라인 사업과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스스로 체득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 없었다. 내가 현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스튜디오와 사업을 운영하던 이상 이 현실적인 생존 기술과 필드의 냉혹한 진실들은 나만의 영업비밀이어야 했다. 또, 괜히 고상한 예술계의 틀을 깨부수는 소리를 했다가 주변 예술인들의 눈총을 받거나 내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까 봐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인생의 새로운 계절을 마주하며 그동안 잡고 있던 모든 예술 관련 직과 사업을 일시적으로 내려놓았다. 치열했던 필드 한가운데에서 한 발짝 물러서자, 비로소 지나온 시간들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내려놓음이 시작되자 자유로움이 찾아왔고,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거나 숨겨야 할 영업비밀도 사라졌다. 약 7년 동안 현장에서 눈물 흘려가며 깨달은 예술계의 자본주의 생존 매뉴얼, 그리고 20대의 내가 그토록 갈구했지만 쉬이 얻을 수 없었던 노하우들을 이제는 세상에 다 털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내가 세상을 다 안다거나,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업가라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는 나보다 수십 배는 더 돈을 잘 벌고 사업적으로 뛰어난 예술가들이 있으며, 애초에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졸업장 하나 달랑 쥐고 세상에 던져졌을 때의 그 막막함, 그리고 내 제자들과 그 또래 친구들이 현재 겪고 있는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을 뿐이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터득한 최소한의 자립 노하우이자, 예술가로서 밥벌이의 기본을 갖추기 위한 실전 가이드라인을 전하고 싶었다.이 글은 내가 직접 몸으로 부딪쳐 얻은 시행착오와 필드의 멋진 동료들에게 배운 실전 지혜, 그리고 '진작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오랫동안 아껴둔 아이디어들을 싹 다 긁어모은 집합체다.


나의 이야기들이 당신의 낭만을 지켜줄 단단한 무기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방황하던 20대의 나에게, 그리고 지금도 골방 연습실에서 불안해하며 앞날을 두려워하는 당신에게 바친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