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 뒤의 진짜 현실, 예술과 밥벌이

예술을 잘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다.

1. 무대 뒤 꽃다발이 치워지고 나면


졸업 연주회 무대 뒤로 쏟아지던 축하 꽃다발, 교수님의 따뜻한 악수, 동기들의 부러움 어린 시선. 수년 동안 골방 같은 연습실에서 피눈물 흘리며 악기와 씨름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듯한 순간이 바로 그때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고 조명이 꺼지면, 냉정한 현실이 곧바로 찾아온다. 수년 동안 연습실에서 고생했고 졸업도 무사히 마쳤지만, 당장 내일부터 어디로 출근해야 할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학교는 나에게 얼마나 테크닉이 뛰어난가, 얼마나 깊이 있는 예술을 하는가로 평가를 내리고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졸업장을 받고 세상에 나오면 질문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당장 무슨 일로, 얼마를 벌 수 있는데?"


학교 안에서는 실력만 쌓으면 졸업 후에도 어떻게든 길이 열릴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필드에 나와보니 예술을 잘하는 것과 자본주의 시장에서 내 힘으로 돈을 버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영역이었다.


2. 장학금과 칭찬은 현실의 생활비를 대신해주지 않는다


나 역시 학창 시절, 나름대로 인정받던 학생이었다. 지방에서 서울예고로 진학해 치열한 입시를 치러냈고, 신입생 우수 장학금을 받으며 서울대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에도 음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주변의 평가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 실력에 대한 인정이나 장학금 이력 같은 것들이 졸업 후 내 직업을 만들어주거나 당장 레슨 수입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지도교수님을 찾아가 상담을 해보아도 돌아오는 답은 늘 비슷했다.


"유학 나가야지? 아니면 대학원이라도 와서 공부 더 해. 그리고 그다음 자리를 알아봐."


교수님들이 악의가 있어서 그러신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분들 역시 평생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문과 예술에 매진해 오셨기에, 학교 밖 야생에서 한 명의 프리랜서 예술가가 어떻게 일거리를 직접 만들고 생존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기 어려우셨을 뿐이다. 나 역시 한동안은 유학이나 진학을 핑계로 야생으로 나가는 두려움을 미루고, 안전한 울타리 안에 머물고 싶어 했다.


하지만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다음 단계로의 진학이 당장의 밥벌이나 직업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학창 시절의 장학금이나 잘했다는 칭찬은 과거의 고마운 영광일 뿐, 냉정한 시장에서는 내 삶을 바카라임져주지 않았다.


3. 예술의 논리와 자본주의의 논리


예체능 전공자들이 졸업 후 길을 잃기 쉬운 이유는 세상의 평가 기준이 학교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의 기준: 완성도, 테크닉, 예술적 깊이. 어려운 작품을 잘 소화하면 인정받는다.

시장의 기준: 희소성, 타인의 결핍 해결, 마케팅, 그리고 시스템.

자본주의 시장은 누군가의 막연한 노력이나 예술적 고결함 자체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시장은 오직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에 돈을 지불한다.


나 역시 한때는 '내가 이렇게 오랜 시간 갈고닦은 음악을 세상이 왜 몰라줄까' 하며 혼자 속상해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본주의라는 필드의 규칙을 공부하지 않은 저 자신의 무지함이었다. 내가 오랜 시간 갈고닦은 고결한 예술성보다, 당장 학부모의 불안을 따뜻하게 해소해 주는 상담 기술이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획 하나가 시장에서는 더 명확한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돈을 버는 행위에는 내가 가진 예술과 기술을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유통과 세일즈의 기술이 필요하다. 순수 예술가라는 고상한 환상에서 잠시 내려와, 나라는 브랜드와 기술을 직접 알리고 파는 1인 사업가로서의 감각을 깨워야 할 때다.


4. 언제까지 돈을 내는 소비자로만 살아갈 것인가


진짜 안타까운 것은, 필드에서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자가 되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고 배움과 학위라는 안전지대에만 머무르는 경우다.


비싼 수강료와 레슨비, 등록금 등을 지불하며 배움에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정작 세상에 나가 내 기술로 직접 단 1만 원이라도 벌어보는 생산자의 삶은 두려워한다. 결국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치르고도 시장에서는 아무런 자립 구조를 만들지 못한 채, 씁쓸한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게 되곤 한다.


돈의 생리를 일찍 알아야 하는 이유는 세상과 건강하게 연결되기 위해서다. 내 만족에만 갇혀있는 예술에서 벗어나, 세상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타인의 결핍을 어떻게 채워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생산자로 서야 한다.


내가 가진 기술로 누군가에게 실제 가치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라는 필드에서 살아가는 예술가의 가장 건강한 생존 방식이다. 내가 버는 돈은 내 기술이 세상에 진짜 쓰였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자, 내가 내 힘으로 바로 섰다는 정직한 영수증이다.


이제 예술가라는 막연한 환상과 조급함을 내려놓고, 필드 위에서 스스로 서는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밥벌이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내 힘으로 바로 서는 것, 거기서부터 당신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Carl Spitzweg, The Poor Poet(1839), Public Domain.



오늘 당장 바꿀 4가지 마인드셋

'내가 얼마나 잘하나' 대신 '남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를 생각하라. 내 만족이 아니라, 수강생이나 관객이 필요로 하는 것과 그들의 결핍에 집중할 때 비로소 정당한 수익이 생긴다.

'순수 예술가'라는 틀에서 벗어나 '1인 사업가'로 감각을 바꿔라 창작자로서의 나뿐만 아니라, 나라는 브랜드를 직접 홍보하고 유통하는 대표로서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경제적 자립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라 졸업 후에도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면 당장의 결핍을 느끼지 못해 필드에 뛰어들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스스로 서려는 마음이 강해질수록 시장을 바라보는 눈도 빠르게 트인다.

통장 잔액과 고정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라 숨만 쉬어도 매달 나가는 고정비(월세, 공과금, 재료비 등)가 얼마인지 직접 계산해 보고, 내 힘으로 이를 채울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 구조부터 차근차근 만들어라.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