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마음이 다른 사람
흔히 연애나 결혼을 이야기할 때 상대의 조건부터 따진다.
직업은 무엇인지, 집안은 어떤지, 얼마나 버는지.
현실을 무시한 채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으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내면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내 딸이 어떤 남자를 만나는 게 좋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자존감이 단단한 사람을 만나라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쉽게 불안해진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도 흔들리고, 사소한 일에도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불안은 대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향한다.
투정이 되고, 의심이 되고, 때로는 상대를 통제하려는 마음이 된다.
곁에 있는 사람은 그 감정을 받아내느라 조금씩 지쳐간다.
돈이 많으면 괜찮지 않겠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 불안을 잠시 가려줄 수는 있어도, 마음속 결핍까지 채워주지는 못한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은 더 많이 가져야 안심하고, 남보다 앞서야 비로소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렇게 살면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마음은 늘 가난하다.
반면 자존감이 단단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안다.
실수했을 때 사과하고, 상대의 성공을 질투하기보다 함께 기뻐한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조금 더 너그러울 수 있다.
그래서 딸에게는 그 사람이 무엇을 가졌는지보다 힘든 순간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화가 났을 때 상대를 탓하는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줄 아는지.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도 상대를 존중하는지.
사람의 진짜 모습은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보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대에게 바라는 모습을 나 역시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상대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돈은 많아도 마음이 가난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은 가진 것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함께 살아갈 여유를 나눌 수 있다.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의 뿌리가 깊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 딸이 그런 사람을 만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딸이 누군가의 곁에서 살아갈 때, 그 사람 역시 딸을 만나 참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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