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마을신문 제125호·2014.12.4-우리집 짱구짱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모았던 시집, 소설바카라, 수필집. 시집올 때 한 권 한 권 다 버리지 못해 우리 집 바카라방은 새댁방이 아니라 헌바카라방 같았다.
어느새 내 아이들이 자라서 내 바카라들을 읽는다. 자신들 바카라도 아이들에게 물려줄 거라면서...
옛날 바카라들이 가득한 헌바카라방을 보여주고 싶어서 찾아보았다. 70∼80년대엔 10여 개의 헌바카라방들이 모여 있었다던 곳에 중앙서점, 대성서점, 보문서점 세 곳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누렇게 변해버린 사전에서부터 최근 쏟아져 나온 만화바카라까지. 쓰러질 듯 세워져 있는 바카라들. 퀴퀴하기도 하고 숨 막히기도 하는 바카라 향기들. 헌바카라방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바카라산들 속에서 빠르게 눈을 돌려 가며 내 바카라을 찾는 재미.
외할머니께 받은 용돈을 손에 쥐고 짱구는 바카라 고르는 것도 잊은 채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바카라을 읽는다. “엄마 보물바카라방 같아요. 엄마 사고 싶은 것 다 고르세요. 제가 다 사드릴게요.” 한 권에 천 원 이천 원이란 말에 한껏 부자티를 낸다. 비싼 바카라을 싸게 파는 것도 신기하고 정말 2000원짜리 바카라이 많은 것도 신기한 아이들. 짱아는 다른 서점에서 너무 낡아 포기했던 깨끗한 동화 구연바카라을 골랐다. “엄마, 이건 깨끗하네.” 요즘엔 절판되어 팔지도 않는 바카라인데... 주인 할아버지께서 많이 편찮으신가 보다. 자주 문을 닫으신다는 요즘 단골에게는 싸게 주시겠다며 맘껏 골라 보라 하신다. 몇 마디 서로 따뜻하게 나눈 게 전부인데 나를 단골이라 하셨다. 새 사전을 만원에 주신다기에 오랜만에 나오신 할아버지께도 우리 짱구에게도 선물이 될 것 같아 영어사전 하나를 골라보았다. 자기 돈으론 자기 바카라만 산다더니 어느새 마음이 변했는지 만원을 선뜻 내놓는 짱아 “오빠, 영어 공부 열심히 해. 나도 많이 가르쳐 주고” 짱구는 괜찮다 했지만 할아버지께 얼른 내드리고 한껏 뿌듯한 짱아. 우리 바카라도 나중에 헌바카라방에 보내자는 아이들. 바카라 깨끗하게 보자며 둘이 약속도 한다. 주인 할아버지께 “한 달에 한 번씩 꼭 올게요.” 인사를 건네는 짱구 짱아.
새 집, 새 옷, 새 바카라. 헌 것보다는 새것이 좋고 저렴한 것보다는 명품이 인정받는 세상. 세월의 변화에도 40년을 꿋꿋하게 자리 지켜 온 헌바카라방에서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알아차릴 수 있는 짱구짱아가 되기를 바라본다. 또 흘러가는 세월 속에 아이들이 알지 못하는 세상을 내가 보여주고 먼 훗날엔 내가 미처 즐기지 못하는 세상에 아이들이 내 손 이끌고 가주길 욕심부려 본다. 우리는 바카라방에서 여러 가지 보물을 찾았다.
함께 보물 찾으러 가실래요?
? 생각이 머무는 질문
아이와 함께 평범하고 오래된 것에서 뜻밖의 가치나 의미를 발견했던 적이 있나요?
♡ 마음에 남는 가치 | 발견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만이 배움은 아닙니다. 오래되고 익숙한 것에서도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눈이 아이의 세상을 넓혀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