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삶의 능동적 자세 현재를 누리는 것에 대하여

by이지

1. 이상향에 머물며 현재를 놓치는 순간들


나의 지난 시절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지 못했다 여겼던 순간이 있다. 그때는 내가 그린 이상향의 삶을 바라며 나의 현재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을 때이다. 혹시 당신도 그런 경험이 있을까?


우리는 종종 ‘언젠가의 삶’을 그리며 살아간다. 더 나은 환경, 더 여유로운 시간, 더 완벽한 나의 모습. 그 모든 것이 갖춰져야 비로소 만족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은 늘 준비 단계처럼 느껴진다. 아직 부족하고, 아직 완전하지 않으며, 만족하는 삶이 찾아올 때까지 만족함을 누릴 자격을 스스로에게 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이미 내 손안에 들어와 있는 삶이다. 우리는 막연한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느라, 현재의 작고 평범한 행복을 너무 쉽게 지나쳐버린다. 따뜻한 밥 한 끼, 아이의 웃음, 잠깐의 여유,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사실조차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문제는 이상향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현재를 부정하는 기준’이 될 때 시작된다. 이상적인 삶을 기준으로 지금을 평가하면, 현재는 언제나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결핍을 느끼고, 결국 아무것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낸다.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주어진 삶을 인식하고, 그것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 역시 중요한 능동성이다. 지금을 살아내지 못한다면, 미래 역시 제대로 누릴 수 없다.


2. ‘누린다’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


많은 사람들은 ‘누리는 삶’을 어떤 조건이 갖춰진 이후의 상태로 생각한다. 시간이 생기면, 돈이 생기면, 여유가 생기면 그때 가서 즐기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삶을 누린다는 것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누림은 기다림이 아니라 선택이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다. 똑같은 하루라도 어떤 사람은 지루함 속에 갇히고, 어떤 사람은 그 안에서 소소한 기쁨을 발견한다. 그 차이는 환경이 아니라 인식의 방향에서 비롯된다.


능동적인 사람은 ‘언젠가’를 미루지 않는다. 지금 가능한 범위 안에서 삶을 즐기고, 현재의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해 의미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바쁜 육아 속에서도 아이의 성장 순간을 기록하고, 짧은 휴식 속에서도 자신만의 작은 즐거움을 찾는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더라도 누릴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삶을 누리는 능력은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억지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현재를 바라보고, 감사할 것들을 찾아내고, 작은 기쁨에 집중하다 보면 점점 ‘누리는 감각’이 살아난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현재에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3. 현재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미래도 바꾼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를 누리는 사람일수록 더 멀리 나아간다.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발전을 멈춘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를 긍정하는 사람은 더 안정된 마음으로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다.


반대로 현재에 대한 불만과 결핍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쉽게 지치고 흔들린다. 무엇을 이루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더 큰 것을 갈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삶은 끝없는 ‘부족함의 연속’이 된다.


능동적인 삶이란, 현재와 미래를 분리하지 않는 삶이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면서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오늘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 내일을 소중히 여길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이 삶을 충분히 살고 있는가?”

“나는 이미 가진 것들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인식하고, 감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을 누리는 능동성이다.


완벽한 삶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삶을 누리는 순간, 이미 우리는 충분히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내며 미래를 만들어가는 삶. 그 삶이야말로 우리가 진짜로 지향해야 할 능동적인 삶의 모습이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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