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자리에서도 나는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강의 신청 인원을 확인했을 때 숫자 하나가 눈에 오래 머물렀다. 두 명.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고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숫자는 그대로였다. 사람이 너무 적은 건 아닐까, 이렇게 적은 인원 앞에서도 강의를 하는 게 맞을까, 내가 준비한 시간이 괜히 크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강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숫자가 내 마음을 먼저 작게 만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강의의 가치를 사람 수로 판단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신청하면 좋은 강의 같고, 적은 사람이 신청하면 부족한 강의처럼 느꼈다. 강사의 능력까지 신청 인원이 증명해주는 것처럼 생각했다. SNS에서 보았던 넓은 강의실과 빼곡하게 앉은 사람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마이크를 들고 앞에 서 있는 강사는 더 능숙해 보였고,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 그 강의가 훨씬 가치 있어 보였다. 나는 어느새 그런 장면을 ‘진짜 강사’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장면과 두 명이라는 숫자를 나란히 놓으니 마음이 조금 초라해졌다. 내가 상상했던 강사의 모습과 지금의 나는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을 앞에 두고 하는 강의도 경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나는 이미 숫자로 ‘잘하고 있다’와 ‘아직 부족하다’를 구분하고 있었다. 기준도 내가 만들었고, 그 기준 안에서 작아지는 사람도 나였다.
그래도 강의 날짜는 다가왔다. 사람이 적다고 준비해야 할 내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평소처럼 자료를 다시 확인하고, 설명할 순서를 정리하고, 처음 듣는 사람이 어려워할 만한 부분에는 예시를 덧붙였다. 슬라이드를 한 장씩 넘기면서 설명이 어렵지는 않은지, 너무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넣지는 않았는지 계속 살폈다. 신청 인원은 두 명이었지만 준비하는 마음까지 두 명만큼 작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두 명이라는 사실이 더 긴장되기도 했다. 사람이 많으면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을 텐데, 두 사람이면 내가 하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바로 느껴질 것 같았다. 침묵도 질문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해야 했다. 혹시 아무도 질문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내가 설명하는 동안 계속 조용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표정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강의 장소에 도착해서 자리를 정리했다. 노트북을 연결하고 준비한 화면을 띄운 뒤 잠시 빈 의자를 바라봤다. 조금 뒤 이곳에 앉을 두 사람을 위해 나는 며칠 동안 자료를 만들고 설명을 연습했다. 처음에는 그 숫자가 부족함처럼 느껴졌는데, 실제로 빈 의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저 자리에 앉을 두 사람도 자신의 시간을 내어 이곳까지 오는 것이었다. 그 순간 문득, 두 명이면 어떤가 싶었다. 오늘 이 시간을 필요로 해서 찾아오는 사람이 두 명이나 있다는 뜻이었다.
생각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스무 명에게 필요한 내용이 중요한 것처럼 두 사람에게 필요한 내용도 중요했다. 듣는 사람이 적다고 해서 그 사람의 시간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오늘 이 시간이 처음 배우는 경험일 수도 있고, 내가 설명하는 내용 하나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 수와 상관없이 나는 준비한 만큼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 그 생각을 하고 나니 두 명이라는 숫자가 전보다 덜 작아 보였다.
두 분이 도착했고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준비한 순서대로 설명하려고 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사람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서로 조금씩 달랐다. 한 사람은 기본적인 기능에서 자주 질문했고, 다른 한 사람은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나는 자료만 따라가기보다 질문에 맞춰 설명의 속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필요한 부분에서는 화면을 다시 보여주고, 이미 넘어간 내용도 이해될 때까지 다시 설명했다. 계획했던 순서와는 조금 달라졌지만 오히려 강의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