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사는 것의 어려움

byri

나의 고양이 단무와 함께 산지도 어느덧 3년 차가 되었다. 고양이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은 어색하고 서툴던 초보 집사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는 서로의 얼굴만 봐도 기분이나 컨디션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를 잘 안다. 어떤 인연이든 이유 없는 만남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만나게 된 데는 단순한 인연 그 이상의 것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찌는 듯한 열기에 뜨겁게 달아오르던 여름의 끝무렵, 평소처럼 오후의 한가함을 만끽하고 있을 때였다. 단무가 화장실로 가서 나올 때가 되어도 나오지 않고 꽤나 오래 있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아무 일 없는 듯한 얼굴로 화장실에서 쓱 나오는 걸 보고는 안심했지만 그때부터 뭔가 이상해서 내내 녀석을 지켜보기로 했다.


곧 그루밍을 시작한 단무는 생식기 쪽을 오래 핥고는 다시 화장실로 향했다. 나는 볼일을 보느라 집중한 단무를 조용히 슬쩍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잠깐 앉았다가 다시 자리를 옮겨 또 엉덩이를 내리는 것이었다. 일단은 방해가 되지 않게 자리를 피해주기로 했다. 그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뭐가 문제일까? 어디가 아픈 걸까? 큰 병이면 어쩌지... 아까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녀석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말 못 하는 대부분의 동물이 다 그렇지만 특히 고양이는 아파도 아픈 티를 내지 않고 오히려 숨거나 피해서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었는데 그동안 아픈 데도 혼자 견뎠을 녀석이 안쓰러웠다. “단무야 어디 아파?” 순진무구한 두 눈이 꿈벅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빠르게 챗지피티에 단무의 증상을 물으며 언제쯤 병원을 가야 할지 고민이 이어졌다.


옆으로 단무가 슬쩍 다가오더니 침대 위에 엉거주춤 식빵 굽는 자세로 있다가 이내 불편한 듯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는 또 그루밍을 했다. 그러다 녀석이 아까 앉았던 곳에 배변 실수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함께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어서 덜컥 겁이 났다. 서둘러 병원 갈 채비를 했다.


병원에서는 방광염 증상 같다고 했고 초음파로 방광 쪽을 살펴보았다. 원장님이 단무의 배를 살짝 흔들자 작은 입자들이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그게 작디작은 단무의 방광에 쌓인 찌꺼기라고. 그러면서 방광염이 생기고 나서 시간이 꽤 흘렀을 거라고 하셨다. 언젠가 한번 단무가 그루밍했던 자리에 물이 떨어져 있는 걸 보고 의아해했던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알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방치하지 않았을 텐데 단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방광염의 큰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계절이 바뀌는 무렵, 많은 고양이들이 방광염으로 병원에 온다고. 약과 영양제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구석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있는 단무를 가만히 바라봤다. 어쩐지 아직 약도 먹지 않았는데 아까보다는 안정된 듯 보였다. 그러자 불과 몇 시간 전에 덜컥 겁을 먹고 정신없이 병원에 다녀온 게 며칠 전 일인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세월이 흘러 더 나이가 들고 약해지면 지금 당연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나이 많은 할머니 고양이가 되어도 가능한 언제까지고 짱짱한 단무가 되기를, 괜히 울컥하면서 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케어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나름 신경 써서 단무를 살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라도 부족함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앞으로는 사소한 변화라도 별일 아니겠지 지나치지 않고 세심하게 잘 보살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단무는 영양제에 약을 섞어 먹이고 츄르탕을 만들어 수분 섭취를 늘려주자 다행히 방광염 증상이 금방 호전되었다. 이제 계절이 바뀔 때면 화장실에 오래 머무는지, 배변 실수는 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물을 잘 챙겨 먹이려고 한다. 단무와 함께 살면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을 하고 배우는데 또 하나가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솔직히 나 하나 건사하기도 여간 쉽지 않은 게 세상살이다. 그래서 가끔은 둘이 산다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잘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안함도 들고 한 생명을 끝까지 바카라임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느낀다. 그럼에도 혼자보다는 단무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좋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반대로 단무 역시 부족한 나를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그런 게 아닐까.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는 것. 사랑을 일깨워 준 단무에게, 지금도 야옹 애교를 부리며 내 손길을 기다리는 녀석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싶다. 더불어 사는 동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재미나게 살아보자고. 또 한번 단무의 커다란 눈이 꿈벅거린다. 아마도 화이팅 하자는 뜻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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