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흐르는 삶

byri

나는 어려서부터 자기 전에 혼자 기도를 하곤 했었다. 학교에서 발표를 하기 전 날이면 ‘발표를 잘하게 해 주세요’, 생일이 다가오면 ‘뭘 갖고 싶어요’, 아빠가 야근이 잦은 기간엔 ‘우리 집이 부자가 되어서 아빠가 일 안 해도 되게 해 주세요’ 같은 식의 기도를. 그러다 어느 순간 기도를 해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서는 한동안 기도하는 걸 까맣게 잊고 지내기도 했다.


그러다 21살 때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셨다. 삶의 나침반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때도 분명 기도를 했을 텐데 무슨 기도였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27살 무렵 살고 있던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낮에는 법률사무소를 들락거리다 걱정하는 친척 어른들의 전화를 받고 밤에는 깜깜한 천장을 보면서 내내 같은 음악을 들었다. 그땐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기도보다는 세상에 대한 원망만 되뇌었다.


다행히도 삶의 하향곡선은 오래지 않았다. 바라던 바를 이루기도 하고 기쁨과 활력이 차오르는 순간도 찾아왔다. 당시엔 스스로를 예수님을 존경하지만 믿지는 않는 비종교인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하나님을 붙잡은 채 때를 기다렸던 것 같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 히브리서 11:1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잘 안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어야 갖게 된다는 말에 운명처럼 붙들린다.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그동안 나를 지나쳐 간 하나님의 손길을 돌아봤다. 그 손길들을 느낄 순 있었지만 선뜻 내 손을 내밀어 붙잡기까지는 또 얼마 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런 마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간증이 눈에 들어왔다. 간증은 저마다의 사연, 힘듦을 하나님을 통해 극복한 이야기다.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에게 존경심이 들고 공감도 되었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그렇게 확실한 믿음이 있다는 게 상당히 부러웠다.


몇 년 전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크게 흔들린 때가 있었다. 다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평범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만을 바랐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기도는 조금 달랐다. 나는 ‘회복시켜 주신다면 믿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몇 개월 후, 걱정했던 것들이 무색할 만큼 건강한 일상을 되찾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었다. 그토록 원하던 응답을 받은 것이다.(아니, 기도한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주셨다)


그날부로 주일마다 온라인 예배를 보고 성경필사를 하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스스로의 모습이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거부감 없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내 삶의 첫 번째 순종이었다.


온라인 예배를 들은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설교 중에 온라인 예배와 교회에 직접 가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목사님의 단호한 말씀을 듣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져 조금 해이해지던 시기여서 괜히 더 뜨끔했다. 서둘러 가까운 교회를 찾아보기로 했다. 검색으로 몇 개의 후보를 추리고 길을 걷다가도 스쳐가는 교회들을 눈여겨봤다. 왠지 금방이라도 교회를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교통편까지 알아두고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주일을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주일이 되자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딱히 피곤할 일도 없는데 왜 그렇게 교회 가기가 싫던지 온라인 예배까지 제시간에 못 보고 오후에나 겨우 챙겨보는 지경이었다. 달력에 교회를 가려고 계획해 두었던 메모가 민망해질 정도로 차일피일 미루며 핑계를 대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러다 영영 못 가는 거 아닐까, 나는 왜 어렵게 결심을 하고도 실천하지 못하는가 자바카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된 건 그로부터 3개월 뒤였다. 자주 가는 길목에서 좋은 전도대 분들을 마주쳤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가려던 교회도 아니었고 즉흥적인 결정이라 조심스러웠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마음이 더 컸다. 예배날 교회에 가보니 평소 드나든 적이 없는 동네여서 그렇지 집에서 5분 정도 거리의 가까운 위치였고 규모도 큰 편인 데다 성경공부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신기하게도 내심 가고자 바랐던 교회에 가게 된 것이다.


한 달이 넘어가는 지금 그간 교회에서 생각보다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었다. 6.25를 맞아 용산전쟁기념관, YMCA도 다녀오고 새벽기도 챌린지가 2주간 열려 꽤나 열심히 참여하기도 했다. 또 주일마다 성경공부도 하고 여름성경학교에 보조교사로 봉사도 나갔는데 그날 아이들이 부르던 찬양도 너무 듣기 좋았고 묘한 긴장감이 흐르던 물총놀이도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 이사야 43:18-19


이번 새벽기도 챌린지에서 대표적으로 인용한 성경 구절이다.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이뤄내시는, 기적을 일으키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막다른 길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 듯도 하다. 이처럼 간절한 기도와 부르짖음에 하나님은 가장 좋은 것으로, 가장 완전한 것으로 응답해 주신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를 다니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함께 믿는 것의 힘이다. 예배날 한 날, 한 시에 마음을 다해 고백하고 기도한다는 것. 거기에는 알 수 없지만 깊고도 커다란 영적인 에너지가 깃들어있다. 그것은 마치 나도 모르는 나의 기억 저편, 마음속 심연에서 나지막이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 같다고 할까. 최근에는 셀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곧 전도여행도 계획되어 있다. 앞으로 어떤 배움과 은혜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일요일 연재
이전 24화내가 그림바카라을 만들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