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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살지 못하는 날에도

by도르가

18화. 꽃처럼 살지 못하는 날에도



연 이틀 현장 일로 내곡동에 있는 화원에 다녀왔다. 가을이라 그런지 입구에서부터 형형색색의 꽃이 눈에 들어온다. 화초와 나무가 서로 누가 제일 예쁜지 뽐내듯 즐비하게 서 있다. 가을 자락에 서 있는데 갑자기 봄의 향연이 느껴졌다. 싱그러운 초화류와 국화 화분도 종류별로 가득했다. 꽃의 크기와 색깔은 달랐지만 대충 피어 있는 꽃은 하나도 없었다.



공사에 필요한 나무와 화분을 고르느라 여러 화원과 화분 매장을 다녔다. 새로운 것들을 보면서, 화분과 나무와 꽃이 잘 어우러지려면 어느 것 하나도 빠지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분을 하나씩 살펴보고 그 안에 어떤 나무를 심을지 생각했다. 같은 나무라도 어디에, 어떤 화분과 함께 심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고민 끝에 나무와 잘 어울리는 화분을 골라 식재까지 마쳤다.



일을 하러 간 곳인데, 수많은 꽃과 수백 가지 화분 앞에서 자꾸 걸음이 느려진다. 노래 제목과 가사에서 자주 보았던 말도 떠오른다. 꽃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라는 말,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말. 꽃을 보고 있으면 나도 꽃처럼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현실은 화원처럼 가지런하지 않다. 행복하고 싶다고 매일 행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생각만 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속상한 일이 비켜 가는 것도 아니다. 일 년 365일이 내가 좋아하는 날씨와 기분으로만 채워지지는 않는다. 웃었던 날 옆에는 누군가의 말 때문에 마음이 시리고 아렸던 날도 있고,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았던 날도 있다.



나의 하루도 꽃처럼 매일 아름답길 바라지만 그러지 못한 날이 많이 있다. 마음이 무거운 날에는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도 어렵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이불킥을 한 날도 있다. 그런 날까지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고 나에게 말해주고 싶지는 않다. 화원에 놓인 국화를 보다가 꽃에도 저마다 피는 때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생각했다. 봄에 피는 꽃이 있고 뜨거운 여름을 지나는 꽃이 있고, 바람이 서늘해진 뒤에야 피는 국화도 있다. 일 년 내내 피어 있는 꽃은 없다. 꽃잎을 떨군 뒤에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다음 계절을 지난다.


꽃을 생각하면 나태주 시인의 시선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실린 「풀꽃」의 구절이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꽃을 보다 보면 늘 예쁜 모습만 있는 건 아니다. 벌레가 지나간 잎과 시든 꽃잎까지 함께 보게 된다. 사람도 오래 바라보면 좋은 모습만 보이지는 않는다. 화려함은 시간이 지나면 시든 꽃잎처럼 벌레가 지나간 잎처럼 화려함은 사라지고 그때가 언제였냐는 시간이 온다. 꽃처럼 아름답게 매일 산다면 그것도 지겨울 수 있을 것 같다.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사계절을 지나는 삶인 것 같다. 나는 예전부터 마음이 힘들거나 무거울 때 가끔 꽃을 선물한다. 꽃 한 송이를 사서 온라인 게임 동료에게 무심히 건네기도 하고, 친한 지인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기도 한다. 나도 꽃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 아! 그러고 보니 가끔 나에게 꽃을 주기도 했다.) 꽃을 받은 사람의 얼굴이 활짝 밝아지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에도 꽃이 피는 것 같았다. 우울하던 마음에 어느새 꽃향기가 번지고 있었다.


꽃을 건네는 동안에는 문제에만 머물러 있던 시선이 잠시 다른 사람에게 간다. 내 기분을 억지로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작은 행동을 먼저 하게 된다. 웃음은 전염된다. 상대가 웃으면 나도 웃게 된다. 마음의 무게는 꽃 한 송이를 건네는 소박한 순간에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매일 꽃처럼 살고 싶다. 그러나 매일 꽃처럼 살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언제나 웃을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보기 좋은 모습으로만 살 수도 없다. 그런 날은 꽃을 바라보면 된다. 하늘을 쳐다보면 된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하늘을 바라보다가 잠시 눈을 감고, 다시 번쩍 눈을 떠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자. 그리고 마음이 무거울 때는 작은 화초 하나를 곁에 두거나, 꽃 한 송이를 다른 사람에게 건네어 보자.


화원에서 보았던 꽃과 나무, 가지런히 놓인 화분을 마음에 담아 왔다. 꽃처럼 예쁘게, 때로는 화려하게 살지는 못해도 가끔은 꽃처럼 살아도 보고, 시든 꽃처럼도 살아 보자.



오늘의 조경 용어|식재

식재는 나무나 꽃, 풀을 정해진 장소나 화분에 심는 작업을 말한다. 식물의 종류뿐 아니라 햇빛과 토양, 물 빠짐, 식물의 크기와 주변 공간까지 살펴 알맞은 자리를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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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머문 아이비 화분-5.png
크림과 버건디 국화의 고요한 순간-3.png
가을 국화길에 스민 봄빛-1.png
아이보리 화분에 심은 작은 나무-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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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길,천천히 그 길을 오늘도 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봄편지 아빠에게 드립니다. *나는 온라인카지노 작가가 되었다. *엄마가 딸에게 쓰는 마음여행 / 3권의 전자바카라 출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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