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공사장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한다. 현장소장과 작업자, 장비 기사, 자재를 나르는 사람까지 맡은 일도 제각각이다. 모두 같은 현장에서 일하지만 누구나 모든 곳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 한쪽에는 어김없이 이런 표지판이 붙어 있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공사와 관련된 사람이라도 담당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구역이 있다. 위험한 장비가 움직이고 있을 수도 있고, 바닥이 아직 굳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전기선이 드러나 있거나 위에서 자재가 떨어질 수도 있다. 출입을 막는 건 누군가를 위한 통제가 아니라 작업 중인 공간을 지키고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도 있다.
오늘 아침 그 문구를 생각하다가, 내 마음에도 이런 구역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누가 어려운 일을 이야기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마음을 열고나면 시간도 힘도 아끼지 않는 편이다. 그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허락하지 않은 곳까지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친하다는 이유로 내 선택을 대신 판단하고, 걱정한다는 말로 내 사정을 캐묻기도 한다. 한번 도움을 받았으니 내 시간과 마음을 계속 써도 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의 관계에 대한 통제구역은 우리에게 분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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