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요즘 자기관리의 기준은 '덜 지치는 것'

마케터의 뉴스레터 리뷰 | 로우 코르티솔

by오운

현직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며 매주 마케팅 뉴스레터를 챙겨 읽습니다. 읽고 흘려보내는 대신, 실무자 시선으로 곱씹어보고 기록합니다.




최근 눈에 들어온 웰니스 키워드가 있다. 바로 '로우 코르티솔 (Low Cortisol)' 이다.


처음 이 단어를 봤을 때는 또 하나의 건강·웰니스 트렌드가 등장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흥미로웠던 건, 로우 코르티솔이 단순히 '스트레스를 줄이자'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충분히 자고, 산바카라하고, 친구를 만나고, 아무 일정 없이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예전이라면 이런 시간을 두고 '생산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반면 지금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나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에 읽은 뉴스레터는 이런 흐름을 '로우 코르티솔'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자기관리가 왜 이렇게 피곤해졌을까


요즘 자기관리 콘텐츠를 보면 묘한 역설이 있다.


운동해야 하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고, 충분히 자야 하고, 생산적인 취미도 가져야 한다. 커리어도 성장해야 하고, 재테크도 해야 하고, 인간관계도 잘 챙겨야 한다.


심지어 '잘 쉬는 법'마저 공부해야 할 것 같은 시대다.


그런데 로우 코르티솔이라는 트렌드는 여기에서 조금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추가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미 너무 많은 것들 중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


이 차이가 꽤 크다.


뉴스레터에서도 번아웃, 스마트폰 과의존, 끊임없는 알림과 숏폼 등 현대인의 피로를 만들어내는 환경을 함께 보여준다.


결국 우리가 피곤한 이유가 단순히 '해야 할 일이 많아서'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보고, 듣고, 답하고, 결정하고, 반응한다.


잠깐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한다.

쉬면서도 또 다른 자극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제는 무언가를 더 잘하는 능력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를 만드는 능력이 필요해진 것 아닐까.




재미있는 건 로우 코르티솔이 '불편함'을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것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사례 중 특히 흥미로웠던 건 덤폰(Dumb Phone)이었다.

스마트폰은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런데 일부 소비자들으 오히려 기능을 줄인 휴대폰을 찾고 있다.

이건 단순히 '레트로가 유행한다'고만 설명하기에는 조금 다르다.


편리함을 포기해서라도 자극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등산도 비슷하다.

예전의 등산이 정상 정복이나 기록 같은 성취와 연결됐다면, 뉴스레터에서는 최근 등산을 자연을 보고 기분을 전환하고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활동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토스의 '목탁 두드리기'나 '염주 굴리기' 같은 미니앱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각각의 서비스는 전혀 달라 보인다.

산을 오르는 것, 구형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 화면을 반복해서 누르는 것.


그런데 소비자가 얻는 경험은 묘하게 닮아 있다.

자극의 양과 속도를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로우 코르티솔의 핵심이 단순히 '힐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제감'에 가까운 트렌드라고 느꼈다.




그래서 마케팅 관점에서는 더 재미있다


여기서 콘텐츠 마케터의 관점으로 보면 조금 다른 질문이 생긴다.


'사람들은 이제 어떤 브랜드 경험에서 편안함을 느낄까?"


과거의 웰니스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무언가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다.


운동하세요.

건강하게 드세요.

꾸준히 관리하세요.

더 나은 나를 만들어보세요.


그런데 지금의 소비자는 이미 너무 많은 '해야 할 것'을 받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브랜드가 무언가를 더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덜 하게 만들어주는 방식도 중요해질 것 같다.


예를 들어 호텔이라면 단순히 '최고의 휴식'을 말하는 것보다,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고객이 결정해야 할 것을 줄여주는 경험을 만들 수 있다.


콘텐츠 브랜드라면 정보를 더 많이 전달하는 대신, 하루에 딱 하나의 콘텐츠만 천천히 읽어도 충분한 포맷을 만들 수 있다.


앱이라면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는 대신, 알림을 줄이고 사용자가 머무르는 시간을 짧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힐링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소비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것이다.




콘텐츠도 '강한 자극'만으로 승부하지 않아도 된다


콘텐츠 마케팅에서도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최근 콘텐츠는 짧고, 빠르고, 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첫 3초 안에 시선을 잡아야 하고, 강한 후킹이 필요하고, 끊임없이 다음 콘텐츠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가 같은 방식으로 소비되어야 할까?


오히려 사람들이 과잉 자극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면 느린 콘텐츠 자체가 차별점이 될 수도 있다.

잔잔한 브이로그, 긴 호흡의 뉴스레터, 아날로그 취미, 산바카라하며 듣는 오디오 콘텐츠처럼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계속 보게 되는 콘텐츧르.


여기서 중요한 건 '심심함'과 '편안함'은 다르다는 점이다.

콘텐츠에 자극이 없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지금 소비자에게 필요한 콘텐츠는

'계속 보게 만드는 콘텐츠'가 아니라 '보고 나서 피곤하지 않는 콘텐츠'일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보면 로우 코르티솔은 단순한 웰니스 트렌드가 아니라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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