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숙소 예약, 이제 방이 아니라 '할 것'을 판다

OTA 업계 마케터가 본 요즘 숙박 트렌드

by오운

최근 국내여행 관련 기사 두 개를 읽다가 무릎을 쳤다 !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


'숙소 그 자체는 더 이상 상품이 아니다.'


숙박업 OTA나 브랜드에서 마케팅을 하고있는 입장에서, 이 흐름은 그냥 흥미로운 뉴스가 아니라 기억해야 할 인사이트로 읽혔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 숙소 안이 아니라 숙소 밖이 중요해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3년치 이동통신·신용카드·숙박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흐름이 꽤 뚜렷하다.


골프장 테마 숙소 예약 비중이 3년 전보다 199% 늘었다

온천 연계 숙소는 99% 가까이, 워터파크 연계 숙소는 57% 늘었다

반대로 풀빌라처럼 '객실 내부 시설'을 내세운 유형은 오히려 줄었다

외국인 숙박은 3년간 29% 늘어서 내국인 증가율(1.9%)의 약 15배에 달했다

공연이 열리는 주간의 숙박 예약은 평소보다 16% 많았고, K팝 공연 기간 외국인 예약 증가율은 내국인의 6배가 넘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숙소를 고르는 시준이 시설에서 콘텐츠로 넘어갔다'는 것 ! 여행객은 이제 방을 예약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예약한다. 골프, 온천, 공연, 워터파크가 숙소보다 먼저 결정되고, 숙소는 그 경험에 딸려오는 부수적인 선택이 된 셈이다.


업계는 이미 '방 판매'에서 '경험 설계'로 넘어가고 있다.


두 번째 기사는 이 흐름에 대한 업계의 대응을 보여준다.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플랫폼은 외부 상품을 끌어들여 선택지를 늘린다. NOL은 해외패키지 플랫폼과 연동해 상품 수를 단숨에 늘렸고, 여기어때는 숙박에 항공·투어·액티비티까지 붙여 판매 중이다. 특히 여기어때의 '콘서트팩'은 인상적인데, 숙박권에 공연 티켓을 얹는 수준이 아니라 특정 지역을 선정해 공연 자체를 여행의 이유로 만든다. 최근 호우 피해를 입은 거제를 콘서트팩 여행지로 골라 수요를 끌어올리려 한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여행지를 먼저 정하고 즐길 거리를 찾던 순서를, '이 콘텐츠를 보러 가는 여행'으로 뒤집은 것 !


리조트·호텔은 반대로 안에 콘텐츠를 채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소노캄 경주와 쏠비치 남해에 지역색을 입힌 체험 공간을 새로 열었고, 같은 놀이시설을 전국에 복제하는 대신 지역 특산물과 문화를 콘텐츠화했다.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향수 브랜드와 협업한 칵테일로 로비 라운지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바꿨다. 객실과 뷔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방향은 하나로 모인다. 숙박을 파는 게 아니라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을 판다. 방 하나, 티켓 한 장을 팔고 관계가 끝나던 시대가 지났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써먹을까


이 두 기사를 붙여서 읽으면 OTA나 숙박 브랜드 마케터가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방향이 몇 갈래로 그려진다.


① 숙소 상세페이지의 정보 구조를 바꾼다


객실 사진과 편의시설 나열이 여전히 8할을 차지한다면, 순서를 뒤집어볼 만하다. '이 숙소에서 이런 걸 할 수 있다'를 먼저 보여주고 객실은 그다음이어도 된다. 온천·골프·공연 연계 숙소처럼 카테고리 자체를 '시설명'이 아니라 '경험명'으로 다시 짜는 것도 방법이다.


② CRM 세그먼트를 '숙박 이력'이 아니라 '경험 이력'으로 짠다


데이터라이즈 같은 툴로 고객을 나눌 떄, 그동안은 지역·가격대·재방문 여부 중심이었다면 여기에 '공연 연계 숙박을 예약한 적 있는 고객', '온천 콘텐츠에 반응한 고객' 같은 축을 추가해볼 수 있다. 콘서트팩 같은 상품은 애초에 이런 세그먼트를 정교하게 나눠야 효과가 난다.


③ 지역 소상공인·로컬 콘텐츠와의 협업을 상시화한다


소노인터내셔널이 지역 특산물을 놀이 콘텐츠로 바꾼 것처럼, 프로모션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 기획하기보다 '지역 파트너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만들어두고 시즌마다 조합만 바꾸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이건 내가 이전 회사에서도 느꼈던 부분 ! 매번 처음부터 판을 짜는 것보다 반복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두는 쪽이 콘텐츠 퀄리티와 속도 둘 다 잡는다.


④ 외국인 수요를 별도 퍼널로 관리한다


외국인 숙박 증가율이 내국인의 15배라는 수치를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다. 인스타그램 채널 운영 관점에서 보면, 국내 여행객 대상 콘텐츠와 외국인 대상 콘텐츠는 소구 포인트 자체가 다르다. K팝 공연 연계 숙박처럼 외국인이 특히 반응하는 카테고리는 별도의 콘텐츠 캘린더와 채널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숙소는 이제 목적지가 아니라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 거쳐가는 지점이 됐다. 마케터 입장에서는 조금 서글프기도 하지만 (숙소 그 자체를 잘 만드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뜻이니까), 반대로 생각하면 콘텐츠, CRM 마케터가 할 일이 훨씬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숙소 마케팅이 '어떻게 예쁘게 보여줄까'에서 '어떤 경험과 엮을까'로 넘어가는 지금이, 오히려 콘텐츠 기획력이 진짜 무기가 되는 시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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