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정직하지 않다.
분명했던 장면도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흐려진다.
그날의 말,
그때의 표정,
잠시 머물렀던 눈빛.
분명히 기억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떠올리려 하면
어딘가 비어 있다.
어떤 말은 사라지고,
어떤 표정은 희미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의 감정만은
여전히 또렷할 때가 있다.
기억은 기록이 아니다.
해석이다.
그날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말이
오랜 시간이 지나
상처로 되살아나기도 하고,
견딜 수 없었던 장면이
어느 날에는
담담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지나간 사건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은
하루하루 변한다.
한곳에 모여 있던 입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퍼져 나간다.
흩어진 입자들이
다시 한곳에 모이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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