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집, 첫눈
서준은 출근을 서둘러 현관을 나섰다.
다소 소란스러웠던 주말 오후가 지났지만 아래층은 언제나처럼 여전히 조용했다.
다만, 어제 오후와는 다르게 이른 아침을 밝히는 불이 거실 창 밖으로 보였다.
어제 일로 홀로 뒤숭숭한 시간을 보냈는데 아침 이슬에 커다란 거미가 매달린 거미줄이 새로 쳐져 있었다.
<아이들이 또 오겠군.>
서준은 아랫집은 하지 않는 걱정으로 출근길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가을이 점점 다가오는 것이 실감 나는 오후, 촉촉하게 비가 내렸다.
봄비와 다르게 가을비는 서늘한 공기를 데려 온다.
<뭐 먹지.>
거미줄 생각에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비도 내려 점심시간도 별로 반갑지 않았다.
"서준 씨, 점심 안 먹어? 우리 칼국수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가자."
"다녀오세요. 저는 오전 일 좀 마무리해야 해서요."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점심 약속을 피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을 망칠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에는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퇴근 시간이 되면서 비는 그치고 이른 저녁이 내려앉아 빗물 자국에 불빛이 반짝였다.
점심을 걸러 갑자기 허기가 몰러 왔다.
집에 가는 길에 국밥을 포장해 한 손에 들고 어깨에 맨 가방을 추켜 매었다.
저 앞에 불이 꺼진 우리 집 아래층에는 거실 창이 열려 있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그리고 그 불빛으로 아랫집 뜰에도 환하게 밝았다.
공동현관으로 들어서는 쪽으로 들어서자 가로등까지 켜지며 아래층은 대낮처럼 환했다.
길에 나뒹구는 갈잎도, 누군가 먹고 버린 사탕 껍질도 빌걸음을 따라왔다.
발밑에 밟히는 사탕 껍질을 주워 들고 고개를 든 순간, 아침에 큰 거미가 매달려 있던 거미줄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계속.,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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