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정답이 없었다

같은 주제였는데, 아무도 같은 바카라을 만들지 않았다

by사부작

여행을 주제로 아트북을 만들라는 과제가 나왔다.


처음 주제를 받았을 때 여행지의 풍경을 그리고, 기차표를 붙이고, 지도를 오리는 것쯤을 떠올렸다.


그런데 수업이 끝날 무렵 깨달았다.


‘여행’이라는 같은 주제를 받았는데도,

누구도 같은 바카라을 만들지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원형의 바카라이었다.


네모가 아니었다. 완전한 원.


가운데 심지를 중심으로 한 장씩 펼치면 그림이 나타났고, 모두 펼치면 공처럼 부풀어 올랐다.


바카라인지 조각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바카라이었다.


또 다른 작품은 새의 여행이었다. 작디작은 새들을 펜으로 그리고, 조각칼로 종이를 파내 만든 구멍들이 페이지마다 이어졌다. 장을 넘길 때마다 새는 날아오르고, 사라지고, 다시 나타났다.


알폰스 무하의 화풍으로 사계절을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카드를 펼치듯 늘어놓으면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하나의 바카라이 되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바카라은 꼭 네모난 종이를 제본한 형태일 필요도 없다는 것을.



가장 여운이 오래 남은 작품은 탄자니아를 담은 두 권의 바카라이었다.


한 권은 엄마가 어린 딸과 함께 떠난 여행.


다른 한 권은 세월이 흘러 그 딸이 엄마가 되어 자신의 딸과 다시 떠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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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를 못하는 한국 엄마. 파리에서 전시합니다. 아이와 함께 만들었던 그림바카라을 시작으로 파리에서 아트북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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