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가을 타나 봐.”
말하고 나서 나 스스로도 조금 멋쩍어 슬며시 웃었다.
별일 아닌 듯 지나가는 말처럼 꺼냈지만, 어쩌면 그 말 안에는 요즘 내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동안 온 세상을 적시던 가을비가 그치고 맑아진 하늘 아래 서서, 제법 차가워진 공기를 깊게 마시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살짝 허전해졌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슨 걱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가만히 있는데도 지나간 날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오래전의 풍경과 그때의 사람들이 문득 생각났다.
어릴 때는 ‘가을을 탄다’는 말을 잘 몰랐다. 계절이 바뀌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싶었다. 그런데 계절을 여러 번 지나고 보니 알겠다. 여름의 뜨거움이 조금씩 가라앉고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달라지면, 마음도 따라 조금 달라진다는 것을. 여름옷을 정리하다가 두툼한 가디건 하나를 꺼내듯, 한동안 넣어두었던 기억 하나를 다시 꺼내보게 되는 때가 있다. 오래전 자주 걷던 길이 생각나기도 하고, 한참 웃었던 날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순간들이 가을이 오면 한 번씩 그리워진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