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년을 두 번 산다

노년의 예습

by윤병옥

CHAT GPT로 생성

학교에서 공부할 때 예습이 중요하다. 예습을 해서 그 시간에 무엇을 공부할지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내가 과학 교사로서 과학 실험을 할 때 목표를 제시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할 수는 없으니 무엇을 알아내려고 이 실험을 하는지 지난 수업과 연계하여 꼭 목표를 알게 하고 시작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다음 발달 단계에서 대충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알면 많이 헤매지 않는다. 이때 가까운 주변에서만 삶의 모델을 찾으면 표본이 너무 적다. 그래서 독서나 영화감상을 통해 간접 경험을 많이 해야 진정 살고 싶은 인생을 살 수 있다. 성장기나 젊은 시절에는 이런 방식으로 인생을 예습할 수 있다.

그러나 노년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태도가 좀 다르다. 노년의 무기력과 질병은 보고 싶지 않으니 눈을 감고 애써 보지 않으려 한다. 자신은 같은 나이 때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믿고 싶은 것 같다. 친구들과는 다르게 자신은 늙지 않았고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생물학적으로, 통계적으로 이 믿음은 옳지 않다.

이럴 때 부모님을 떠올려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부모님도 내 나이 때는 건강하게 사교생활도 하시고 외부 활동도 하셨지만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몸이 불편해지시고 자식들에게 의존하셨다.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 역할이 가장 효과적으로 우리의 다가올 노년을 예습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있고 그것을 가까운 가족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적당히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건강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의자에 오래 앉아있어서 허리가 가끔 아픈 것이 성가신 정도였다. 그러나 건강 검진의 결과는 좀 달랐다. 골밀도도 평균 이하이고 관절에도 퇴행성 염증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 큰 병이 걸린 것은 아니지만 나도 나이만큼 몸의 기능은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럴 때 나의 경험이 자산이 된다. 나는 오랫동안 부모님을 보살펴 드렸다. 그분들이 어떻게 변해갔나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가 있다. 모범생답게 인생에서도 예습을 열심히 한 것이다. 신체적 정신적 노화는 싫다고 해서 오지 않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직접 본 증인이다. 그때 보았던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도 놀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윗세대 분들은 스스로 할 수 있었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당황하고 보조 기구를 쓰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분들을 보면서 어떤 것이 현명한 선택인가를 깨달았다. 따라서 노화를 조금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쓰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독립해서 생활할 수 있는 보조 방안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노년에는 화장실에서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에 붙잡고 일어날 수 있는 단단한 손잡이를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 앉아서 샤워를 할 수 있는 의자도 있으면 좋다. 거실 복도에도 손잡이를 달면 더 좋다. 눈도 나빠지기 때문에 거실에 반조명을 설치해서 넘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현관에도 앉아서 신발을 신을 수 있는 벤치를 놓으면 편리하다. 침대는 낮아야 하고 형편이 된다면 리모컨으로 일어날 수 있는 리클라이너 침대를 마련하면 좋겠다. 밖에서는 꼭 지팡이를 써야 한다. 창피하다고 쓰지 않다가 넘어지면 큰일이다. 할머니들이 많이 쓰시는 의자 달린 워커도 편리하다. 밀고 다니다가 다리 아프면 의자처럼 앉을 수 있다. 가족들과 멀리 나들이 갈 때는 휠체어도 꼭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약해져서 화장실 실수도 잦아진다. 부모님의 팬티형 기저귀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힘든 상황이 많았다. 점점 화장실을 민첩하게 갈 수 없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출할 때는 본인도 가족도 걱정이 앞선다. 나중에는 받아들이시고 본인도 안심하셨다.

친구들에게 농담처럼 나는 노년을 두 번 산다고 말한다. 부모님 보살필 때 한 번, 내가 또 한 번이다. 분명한 것은 누구나 늙고, 불편해지고, 결국 죽는다. 이러한 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가능할 때까지 보조 기구의 도움을 받으며 독립적으로 스스로를 돌보고, 가까운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품위 있게 살다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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