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서 인생을 배운다

탁구 치는 부부

by윤병옥


내가 남편에게 권유한 일 중에 제일 잘한 것은 탁구를 함께 치자고 한 것이다.

과거에는 남편의 시간에서 일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여가시간에 간간히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그럭저럭 워라밸이 맞았었다. 그러나 남편이 퇴직을 하고 나니 라이프만 남고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가끔 여행과 문화생활을 해도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었다.

나는 바카라과 영화를 보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니 혼자 노는 일이 어렵지 않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 육아와 부모님 보살피는 일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고 있었다. 게다가 노년의 건강을 위해 처음에는 마지못해 선택한 운동인 탁구가 너무 재미있어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남편은 원래 활동적이라 운동을 좋아한다. 나에게도 함께 운동하자고 여러번 권했었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아내를 만나 내내 심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좋아하는 운동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체력소모가 커서 따라 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므로 남은 선택지는 내가 좋아하는 운동으로 그를 초대하는 것밖에 없었다. 처음에 그는 아줌마들이 많은 탁구장에 가기 싫다고 거절했다. 꾸준히 설득하고 협박해서(?) 겨우 탁구장에 데려올 수 있었다.

둘은 모든 면이 다르듯이 탁구 스타일도 다르다. 나는 모범생이어서 코치님이 시키는 대로 치고, 남편은 마음대로 치지만 순발력이 있어 한방이 있다.


탁구가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는 다른 글에서도 피력한 적이 있지만 여기서는 특히 노년의 탁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나이가 많아도 오랜 경력이 있는 분들은 탁구를 잘 친다. 물어보면 몇십 년씩 탁구를 치신 고수분들도 있다. 나 같이 늦게 탁구를 시작한 사람이 문제이다. 눈은 마롱 수준으로 높은데 몸이 따라가지를 못한다. 젊은 사람들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풋워크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공이 내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위치라고 판단되면 그 공은 포기한다. 열정에 따르다가 넘어지는 사고라도 나면 안 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무리하다가 다치면 아예 탁구를 칠 수 없게 된다.


노년의 운동은 체력을 고려해야 한다. 오래전에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노인분들을 보았는데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도 공을 절대 떨어트리지 않고 치시는 고수들이었다. 탁구도 마찬가지로 공과 몸의 물리적 성질을 파악해서 회전을 잘 만든다면 많이 움직이지 않고도 멋진 탁구를 칠 수 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처럼 두 발로 옮겨 뛰기에는 체력이 달리고, 투스텝을 하기에는 속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한 발은 지면에 붙이고 나머지 발만 미끄러지듯이 옮기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에게 에너지가 있다면, 노인들에게는 공을 보는 눈과 끝까지 공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탁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이제야 겨우 초보티를 벗었다. 초기에 공의 회전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이제는 탁구가 팔로 치는 운동이 아니라 몸을 쓰는 운동이라는 것을 조금 이해했다. 지면을 차면서 올라오는 체중의 반작용을 다리와 몸통에 이어 라켓에 전달하여 공을 치는 것이다. 또한 팔을 몸에 채찍처럼 유연하게 달고, 몸이 움직이다 멈추면 팔이 관성으로 따라오게 한다. 이렇게 치면 팔로만 힘을 주며 칠 때에 비해 어깨와 팔이 아프지 않다. 또 원심력으로 공을 쳐야 공이 전진하는 방향과 내가 쓰는 힘이 상충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향할 수 있어서 힘을 아낄수 있다. 이렇게 하면 힘이 덜 들어도 공의 속도는 빨라진다. 이와 같이 좋은 동작에는 반드시 물리학적인 이유가 있다. 이렇게 노년에는 체력을 아끼고도 회전과 속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잘 생각해서 적용해야 한다.


처음에는 공을 주고받는 것이 언어를 주고받는 것과 비슷해서 탁구 게임이 인간관계의 비유로 보였었다. 여전히 그런 면이 있지만, 요즘은 공이 다가오는 것이 나에게 던져지는 인생 과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상대방으로부터 어떤 서브와 공격이 올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인생에서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잘 준비하고 있다가 그때그때 막기도 하고 받아치기도 하며 그냥 당하지는 말아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해도 못 받을 수도 있고 받아친 것이 걸리거나 밖으로 나가서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나 준비도 안 하고 생각 없이 멀뚱하게 서있으면 백전백패다. 실패하더라도 잘 준비하고 인생 과제를 당당히 대면해야한다. 이렇게 작은 테이블에서 조그만 공을 주고받는 탁구가 인생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노년에 부부가 함께 운동하는 것에 어떤 장점이 있을까? 서로 연습할 상대가 있다는 것이다.(친구들이 부러워한다.) 그다음은 운동이 끝난 뒤 서로 힘들어서 밖에서 밥을 사 먹고 들어갈 수 있다.(남이 해준 밥이 맛있다.) 무엇보다 둘 다 몸이 아프다는 소리가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게임을 피드백해 주느라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My Way작가님께서 제 바카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 리뷰를 쓰셨습니다. 너무 훌륭하게 쓰셔서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fishingproductfr.com/@bmt102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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