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형 선수를 응원한다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은 재미있다. 직접 게임을 하는 것이 제일 재미있겠지만 프로 선수들의 월등한 기량은 넘사벽이니 감탄하면서 본다. 나의 경우 탁구에 흥미를 갖고 있으니 유튜브로 유명한 선수들의 탁구 경기를 많이 보는 편이다. 얼마 전 시원한 공격 스타일의 중국 선수 콰이만과 일본의 노련한 수비형 쵸퍼 사토 선수와의 경기를 보았다. 3대 3에 마지막 듀스 18대 16까지 간 명경기였다. 수비형 선수와 경기를 하니 시간이 1시간 24분이나 걸렸다.
탁구 선수들은 개인적 특기가 다양하지만 유형을 크게 나누자면, 공격형 선수와 수비형 선수가 있다. 공격형 선수들은 드라이브가 강하거나 스매시나 백핸드 립 같은 기술로 빠르게 뻗어나가는 공으로 속을 뻥 뚫어준다. 수비형 선수는 탁구대에서 멀찌감치 자리 잡고 몸을 오른쪽 왼쪽으로 기울이며 하회전으로 모든 공을 받아낸다. 그들은 상대방이 공격을 하다가 지치거나 실수를 할 때까지 견뎌낸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빈틈을 보이면 갑자기 돌변하여 공격을 한다.
보통 수비형 선수가 경기를 하게 되면 관중들은 공격형 선수를 응원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공격을 무산시켜서 안타까울 뿐 아니라 경기가 길어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비를 뚫고 공격을 성사시키면 박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비율적으로 공격형 선수가 많지만 가끔 수비형 선수끼리 맞붙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경기는 영원히(?) 계속된다. 하하. 한 번의 랠리가 몇십 분 넘는 경우도 있다. 내버려 두면 몇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탁월한 수비형 선수 두 명인 사토와 하시모토의 경기에서는 무한히 반복되는 랠리에 관중들의 한숨이 나오기 시작하고 결국 심판이 개입을 했다. 한 게임에 10분이 넘는 경우가 반복되면 촉진룰(Expedite System)을 적용하기 시작한다. 서브를 한 번씩 번갈아 하고(원래는 2번씩) 리시브를 13번 성공하면 리시버가 득점하는 것이다. 서브하는 사람은 13번 안에 끝내야 하는 부담이 있게 된다. 이 경우 수비형 선수도 자기가 서브하는 경우 할 수 없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한다. 이 방식으로 정체된 경기의 흐름을 촉진시킬 수 있게 된다.
경기의 경우 서로 다른 성향의 선수 중 한쪽을 응원하면 끝이지만, 이런 패턴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볼 수 있다. 부부나 친구 사이나 온라인 게임 동료나 경쟁자도 한쪽은 공격형 다른 한쪽은 수비형인 경우가 많고, 가끔 둘 다 공격형이거나 수비형인 경우도 있다. 사이좋게 협력을 하면 서로 시너지를 주지만, 싸우는 경우 서로를 싫어하고 비난하게 된다. 제일 좋은 결론은 공격형 선수도 수비하는 법을 배우고 수비형 선수도 공격 기회를 놓치지 않듯이, 반대의 유형에게 서로 배우는 것이다. 실제 인간관계에서도 탁구경기처럼 촉진룰을 적용할수 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공격형과 수비형은 창과 방패에 비유된다. 누구나 두 수단을 다 가지고 있지만 어떤 쪽을 주력으로 하는 가가 다르다. 창으로 공격하는 것은 시원하고 빠르게 승부가 난다. 방패로 잘 막는 것은 오래 걸리고 답답하다. 그러나 이것이 짧은 경기가 아니고 긴 인생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단번에 내는 승부가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가는 인생의 스토리라면 다른 관점이 생긴다.
이것이 내가 수비형 선수에게 응원을 보내는 지점이다. 그들은 무한한 인내심과 지구력을 가지고 있다(그들은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은 게 틀림없다, 하하). 그들은 끝없는 공격과 위협을 작은 라켓(방패) 하나로 묵묵히 막으며 버틴다. 아마도 몇 시간이 아니라 몇 년, 아니 영원히 그것이 업보인 듯 무심하게 꾸준히 반복해서 막는다.
그러나 막는 것이 다였다면 감동이 없었을 것이다. 상대방 공격수는 강한 하회전을 막느라 힘든 루프 드라이브를 계속하다가 지치고 짜증이 나서 서두르다가 실수를 한다. 수비형 선수는 그 틈을 파고 들어가서 야무진 공격을 한다.
그렇다. 자신의 작은 도구를 들고 세상의 풍파를 견디노라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그때 보란 듯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보이면 된다. 바보같이 당하고만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모든 사람의 안에는 빛나는 한방이 들어있다. 그걸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버티면서 세상의 공격을 잘 막고 살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인생에서 세속적 성공이 아닐지는 몰라도 자신이 오랫동안 가꾸어 온 내면의 진주를 보여줄 때가 꼭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