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창업 글로벌 프로그램 최종 선정, 그리고 새로운 미션
AI가 찾아준 정부지원사업 기회, AI로 제품 이미지를 렌더링해 완성한 신청 서류, 그리고 서류 평가를 통과한 뒤 진행된 발표 평가까지.
지난 몇 달간 매일 아이를 재운 뒤 노트북 앞에 앉아 하나씩 준비했던 일들이 드디어 하나의 결과로 이어졌다.
제1회 모두의 창업 글로벌 프로그램 K-컬처 트랙에 최종 선정되었다.
최종 선정 소식을 확인했을 때는 그동안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그제야 시작되는 나의 두 번째 일과. 피곤해서 눈이 감기는 날에도 AI와 씨름하며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사업계획서를 수정하고, 발표 자료를 만들었던 시간들이었다.
물론 AI가 많은 부분을 도와줬지만, 그 과정이 결코 버튼 한 번 누르는 '딸깍'의 연속은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도구를 배울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만났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며 하나씩 완성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최종 선정이라는 결과가 더 반가웠다. 그런데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현실적인 고민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사업 아이디어가 어린아이와 관련되어 있다 보니, 최종 선정될 경우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는 한 달간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패기 있게 “당연히 아이와 함께 갈 예정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평가가 끝난 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전했더니 남편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이를 데리고 간다고 너무 솔직하게 답한 것이 혹시 평가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싶었던 모양이다.
나도 그 마음은 이해했다. 하지만 아이를 두고 한 달간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는 것은 애초에 내 계획에 없었다. 그렇다고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한국에서도 첫 출판을 하고 출판사 미팅에 함께 다니는 과정에서 아이랑 나도 한 팀이 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 최종 선정 소식을 받았고, 이제 그 질문은 평가위원에게 보여줄 자신감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다.
한 달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아이도 돌볼 수 있을까?
남편은 재택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갈 수 있다. 문제는 남편도 일을 해야 하고, 나 역시 프로그램 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 다 일하는 동안 아이는 누가 돌보지?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달 동안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을 알아봐야 하나? 단기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하다가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낸 묘바카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시차였다.
샌프란시스코는 뉴욕보다 3시간 느리다. 남편이 뉴욕 시간에 맞춰 근무할 수 있다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오전 5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 시간 차이를 잘 활용하면 우리 부부가 번갈아 아이를 돌볼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오전에는 내가 아이를 돌보고, 프로그램 일정이 시작될 무렵에는 아이의 낮잠 시간이 되도록 생활 패턴을 조정해보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점심시간쯤 아이가 낮잠에서 깬다면 내가 잠시 돌아와 점심을 먹이고, 남편의 업무가 마무리되는 시간에는 육아 바통을 넘겨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 나는 다시 어드바이저리 미팅이나 프로그램 일정에 참여하고, 남편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식으로 하루를 운영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우리의 예상 시나리오다.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도 평소처럼 낮잠을 잘지, 프로그램 일정이 얼마나 유동적일지, 남편이 업무 중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는 않을지 아직 알 수 없다. 실제 일정에 따라서는 다른 돌봄 방법도 알아봐야 할 것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막막하기만 했던 한 달간의 샌프란시스코 생활이 조금씩 현실적인 계획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아무리 완벽하게 일정을 짜놓아도 아이가 계획대로 움직여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부부, 한 달간 육아 바통을 잘 주고받을 수 있을까?
샌프란시스코 생활을 고민하는 와중에 또 하나의 미션이 생겼다. 11월 21일 데모데이까지 사람들에게 선보일 시제품을 완성하는 것.
사실 발표 평가 때 데모데이에서 제품을 선보일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조업체를 조금씩 찾아보고 있었다.
아직 최종 선정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선정된 뒤에 제조업체를 찾기 시작하면 시간이 너무 촉박할 것 같았다.
이 과정에서도 물론 AI의 도움을 받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의 조건을 정리해 제조업체를 찾고, 머릿속에 있던 아이디어를 AI로 렌더링해 시제품의 예상 모습을 구체화했다. 제조업체에 제품을 설명할 때 필요한 문서도 AI와 함께 작성했다.
예전 같았으면 제품을 직접 그릴 수 없다는 이유로 머릿속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데 한참 애를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원하는 모습을 말로 설명하고, AI가 만들어준 이미지를 보면서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었다.
최종 선정 소식을 받자마자 미리 리스트업해둔 제조업체들에 연락했다. 제조업체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답장해서 견적을 받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견적을 받아보니 또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소 주문 수량(MOQ)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수준이었지만, 제품 단가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제품이라도 제조 원가가 너무 높으면 판매 가격을 정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무작정 주문 수량을 늘리기에는 초기 창업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
AI로 예쁜 제품 이미지를 만드는 것과 실제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이제는 렌더링 화면을 보며 디자인을 수정하는 단계를 넘어, 제조업체와 가격을 협상하고 소재와 제작 방식을 검토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럴 때면 새삼 실감한다.
아, 이제 사업이 진짜 시작되는구나.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내가 AI와 함께한 창업 준비는 대부분 노트북 화면 안에서 이루어졌다.
시장조사를 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제품 이미지를 만들고, 사업계획서와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육퇴 후 작은 바카라상 위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이제는 그 아이디어를 들고 샌프란시스코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실제 창업가와 전문가들을 만나고, 지금까지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제품을 어떻게 사업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 배울 예정이다. 특히 제조업체와의 첫 대화에서부터 현실적인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 달 동안 배우게 될 것들이 더욱 기대된다.
물론 걱정도 많다.
낯선 도시에서 아이를 돌보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도, 한정된 시간 안에 시제품을 완성하는 일도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눈이 떨릴 만큼 피곤한 요즘이지만, 막상 노트북을 열면 해야 할 일보다 해보고 싶은 일이 더 많이 떠오른다. 지금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는 마음에 오늘도 쉽게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코딩도 디자인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애엄마가 AI와 함께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런데 AI가 찾아준 지원사업에 AI로 만든 제품 이미지를 첨부해 지원하고, 발표 평가까지 거쳐 샌프란시스코행 기회를 얻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AI가 내 사업을 대신 만들어준 것은 아니다. AI는 내가 혼자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시도할 수 있게 도와줬고, 그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내 몫이었다.
이제 그다음 단계가 시작된다.
육퇴 후 노트북 앞에서 구상했던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이 될 수 있을지, 우리 부부는 한 달 동안 육아와 일을 어떻게 병행할지, 그리고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무엇을 배우게 될지.
앞으로의 이야기도 온라인카지노에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AI와 함께 사업을 준비하는 이야기였다면, 이제부터는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이 여정을 함께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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