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초봄 오면 얼어붙은 땅을 밀어 올리며 새싹 하나가 얼굴을 내민다. 여린 생명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에도 봄이 번져 오는 것만 같다. 바카라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날 때도 그렇다. 한 줄 문장이 오래도록 가슴에 머물며 삶을 따뜻하게 데워 준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도 그렇다. 누가 가르쳐 주어, 배우는 것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소리 없이 자라나, 어느 날 꽃처럼 핀다.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은 평탄하지 않았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고, 왜소한 체격과 소심한 성격은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었다. 학교에서 주먹질을 당해 코피를 흘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적지 않았다. 그의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바카라을 읽으면 어지럼증이 일어나 글자 앞에서 자꾸 눈을 감아야 했다.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자신감은 날이 갈수록 작아졌다. 부모의 이혼은 어린 마음에 깊은 금을 남겼다. 세상은 그에게 다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음속 불빛 하나만은 꺼뜨리지 않았다. 영화로 사람들을 웃게 하고, 울게 하고,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꿈. 현실은 외로웠지만 상상력만은 누구도 가둘 수 없었다.
바카라을 펼칠 때마다 다른 세상을 만났다. 하늘을 나는 생명이 나타나고,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되는 세상. 현실에서 얻지 못한 위로는 얘기 속에서 그를 기다렸다. 상상은 상처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되었다. 외로운 시간을 건너게 하는 다리가 됐다.
세월이 흐른 뒤, 마음속 세상을 스크린 위에 펼쳐 놓았다. 공룡이 다시 살아난 놀라운 세계,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린아이의 상상과 감동이 함께 숨 쉬는 영화들. 그렇게 태어난 ‘쥐라기 공원’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국경을 넘어 수많은 마음을 움직였다. 한때 외로움 속에서 꿈만 꾸던 소년은, 어느새 세상 사람들의 희망을 대신 그려 주는 거장이 되어 있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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