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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를 쥔 손

by은파랑

꾸짖을 바카라(責).
위에는 가시(朿)가 있고
아래에는 조개(貝)가 있다.

조개는 옛날 돈이었으니
이 글자는 본래
빚을 받아내려 찌르는 일

스스로 자(自)에 바카라(責)을 얹은 자바카라은
내가 나에게서
빚을 독촉하는 마음이다.

갚을 것도 없는데
받을 것도 없는데
가시를 쥔 손은
내 쪽으로만 굽는다.

125년 전쯤 올라간 오랜 길에서
우리 뇌는 위험을 먼저 보도록 길들었다.
풀숲의 바스락 거림을
바람이 아니라 짐승으로 듣는 쪽이
더 오래 살아남았기 때문

경보는 지금도 꺼지지 않는다.
편도체가 불을 켜고
코르티솔이 혈관을 따라 번지면
심장은 앞질러 뛰고
어깨는 먼저 굳는다.

문제는 이제 짐승이 없다는 것.
경보는 울리는데
적은 보이지 않아서
경보는 가장 가까운 곳을 향한다.
바로 나를 향한다.

1950년대,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말에서
같은 낱말이 되풀이되는 것을 들었다.
해야만 한다, 해야만 한다, 해야만 한다

완벽해야만 하고
잘해야만 하고
실수하면 안 되고
쉬면 안 된다.

그는 그것을 마음의 당위라 불렀다.
사건이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위에 얹은 '반드시'가
사람을 아프게 한다.

그보다 훨씬 앞서
로마의 노예였던 철학자 에픽테토스도
같은 말을 남겼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생각이다.

엄하게 다그치면 나아질 줄 알았다.
채찍이 나를 앞으로 보낼 줄 알았다.
하지만 채찍은 달리게 하지 않고
움츠러들게 했다.

2003년, 크리스틴 네프는
이 마음에 다른 이름을 건넸다.
자기 연민.
실패한 나에게도
친구에게 하듯 말을 건네는 일

연구는 말했다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이
덜 무너지고
더 오래 일어서고
다시 시도할 힘을 더 가졌다.

다그치면 닫히고
어루만지면 열리고
닫히면 멈추고
열리면 걸어간다.

남에게는 괜찮다고 했으면서
나에게는 괜찮다는 말 한 줄이
끝내 허락되지 않던 밤

나는 나를 단련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가시를 쥐고 있었다.

다그치면 닫히고
어루만지면 열리고
닫히면 멈추고
열리면 걸어간다.

그렇게 아팠으면서
왜 스스로를 놓아주지 않았느냐.

오래 쥐고 있던 가시를
손바닥에서 가만히 내려놓고
붉게 눌린 자국 위에
다른 손을 포개어 얹는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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