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하지 않은 것들의 무게

by은파랑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끝난 뒤
심리학자 빅토리아 메드벡과 토머스 길로비치는
시상대 위의 얼굴들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은메달을 목에 건 사람은
금메달 곁에서 '조금만 더'를 되뇌었고

동메달을 목에 건 사람은
메달을 놓칠 뻔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오히려 더 환하게 웃고 있었다.

후회는 가진 것의 크기가 아니라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에서 자란다는 것
그들은 그것을 반사실적 사고라고 불렀다.

길로비치는 이어 물었다.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오래 후회하는가

해버린 일의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가 되어 옅어졌지만

해보지 못한 일의 후회는
세월이 흘러도 마음 한쪽에 남아
조용히 자리를 넓혔다.

옛이야기 속에서
키르케고르는 이렇게 적었다.
결혼을 해도 후회할 것
하지 않아도 후회할 것

어느 쪽을 골라도
뒤돌아보면 다른 쪽이 더 빛나 보이는 것
후회는 선택의 실패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일에 딸려 오는 그림자였다.

우리는 밤마다
가지 않은 길을 걸어 본다.

그 길의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한 번도 밟아 본 적 없는 땅은
흠집이 보이지 않기 때문

그러니 후회가 찾아오면
나를 탓하기 전에 먼저 알아보자.

그것은 내가 잘못 살았다는 증거가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했다는 흔적이라는 것

완벽하게 후회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후회를 안고도
다음 길로 걸어가는 사람이 있을 뿐

그러니 오늘의 나는
조금 서툴게라도 해보는 쪽으로 걷자.

해본 일은 언젠가 이야기가 되지만
하지 않은 일은
끝내 질문으로 남기 때문이다.


은파랑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은파랑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은파랑은 얘기꾼입니다.

5,37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0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3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8화충분히 좋은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