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아직 뛰는 것
사람은 시간을 앞으로만 센다.
한 살
두 살
열일곱 살
하지만 어떤 몸에서는
시간이 두 배, 세 배 걸음으로 지나간다.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병이라고 부른다.
늙다와 얼다.
받침 하나가 다를 뿐인데
하나는 오래 산 것이고
하나는 오래 비어 있던 것
아이로 얼어 있는 어른이 있고
어른으로 늙어 버린 아이가 있다.
나이는 몸에 쓰이지만
마음에는 쓰이지 않는다.
소설가 김애란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를 썼다.
열일곱에 아이를 가진 부부와
열일곱에 여든의 몸을 가진 아들
아이 이름은 아름
선천성 조로증이라는 병이
그의 몸을 부모보다 먼저 늙게 했다.
얼굴에는 주름이 앉았고
마음에는 아직 봄이 앉아 있었다.
아름이는 바카라 읽기를 좋아했다.
글쓰기를 좋아했다.
이웃의 예순 살 할아버지를
단 하나의 친구로 삼았다.
학교에는 다니지 못했다.
그래서 바카라이 학교였고
문장이 친구였다.
어느 날 아름이는 마음먹는다.
맞이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그날을 위해
부모의 첫 만남을 소설로 쓰기.
제 몸 때문에 부모가 잃어버린 청춘을
글 속에서 돌려주기.
소설 제목은
두근두근 그 여름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말은
살아 있다는 말과 같다.
빠르게 뛰는 심장은
제 몫의 시간을 서둘러 쓴다.
그래서 서두르는 심장일수록
한 번 한 번이 더 간절하다.
그러니 아름이의 열일곱은
여든보다 짧았을지 몰라도
열일곱보다는 길었다.
한 철을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한 철에 얼마나 많이 두근거렸느냐
삶의 길이를 재는 눈금은
어쩌면 해가 아니라 설렘이었는지 모른다.
부모는 어렸고
자식은 늙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키웠다.
아들은 아버지의 얼굴에서 제 젊음을 보았고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에서 제 늙음을 보았다.
거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앉은 일이었다.
어린 부모는 아이를 낳아 어른이 되고
늙은 아이는 부모를 보며 소년이 되었다.
누가 누구를 키웠는지는
끝내 가릴 수 없다.
오래 살지 못해도 괜찮다.
누군가의 여름에 한 번
세게 뛰었던 심장이면 된다.
두근거림이
오래도록 읽히는 한 권이면 된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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