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심리학자 할 아크스와 캐럴 블루머는
극장의 시즌 티켓을 산 사람들을 따라가 보았다.
정가를 낸 사람들은
할인받은 사람들보다 극장에 더 자주 나타났다.
비 오는 밤에도, 피곤한 저녁에도
이미 치른 값이 아까워서
발걸음은 자꾸 문 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이것을 '매몰비용 오류'라 불렀다.
되찾을 수 없는 것을
되찾으려 애쓰는 마음
바다 건너 영국과 프랑스는
콩코드라는 초음속 비행기를 만들다가
돈이 들어갈수록 손해가 커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이 아까워 끝내 멈추지 못했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그만두냐
하지만 지나온 길이 길다는 것이
앞으로 갈 길이 옳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옛이야기 속에서
로마의 킨키나투스는 나라를 구한 뒤
권력을 쥔 지 보름 만에 칼을 내려놓고
쟁기를 든 채 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는 끝까지 붙드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던 사람이다.
포기라는 말은 늘 무겁고
도망이라는 말과 이웃해 있지만
그만두는 일에도
계산이 있고 이유가 있고
무엇보다 내 마음의 목소리가 있다.
어디에 남을 것인가를 정하는 일만큼이나
무엇을 놓을 것인가를 정하는 일도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었다.
손에 쥔 것이 가득하면
새로운 것을 잡을 손이 없다.
그러니 오늘은 물어보자.
이것을 계속하는 이유가
아직 나의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쏟은 시간의 관성인지
놓아야 할 것을 놓은 사람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다음 걸음을 위해
두 손을 비운 것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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